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팬이라면 가슴 설레며 찾아가는 일본 아이치 현의 명소가 있습니다. 아이치엑스포공원에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살던 집이 재현되어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에 잠깐 등장한 조역이었지만 주인공만큼 사랑받았던 고양이 버스에 반한 터라, '이웃집 토토로'와 관련된 장소가 가까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게 됩니다. 일본 고양이여행에서 고양이 버스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행이 빠지지 않는 건 그런 이유도 있답니다.
초록빛 숲으로 둘러싸인 덕에 빨간 지붕이 더욱 도드라지는 ‘사츠키와 메이의 집’은 2005년 개최된 아이치엑스포를 기념해 추후 조성된 관람시설 중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곳입니다. 1회 입장인원을 50명 정도로 제한하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을 수용할 수 없어서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당일 입장권이 남아있다면 접수처에서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입구에는 자매의 성씨(姓氏)인 ‘구사카베(草壁)’가 적힌 문패가 붙어있는데 금방이라도 두 아이들이 집안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한번 입장하면 30분 동안 관람할 수 있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애니메이션의 시대 배경으로 설정된 1950년대 살림살이를 어쩌면 그렇게 잘도 챙겨놓았는지. 집의 모습을 한 생활사박물관 같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그 시절에 썼을 법한 양념통이며 아이들 물건과 책가방, 서재에 꽂힌 책들, 차곡차곡 개켜 서랍에 넣어둔 옷가지와 수건까지도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실제로 서랍이나 찬장 등을 열어볼 수 있어요. 특히 옷장 서랍은 손으로 자주 잡아당겨 닳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놓았어요.
실내에서는 촬영 금지이지만 바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건 가능해서 촬영 가능한 공간만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특히 아빠의 서재는 안으로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대신 마당에서도 구석구석 바라보고 촬영할 수 있도록 방문을 활짝 열어두어서 반갑네요.
아빠가 쓰는 서재를 지나 거실 쪽으로 가까이 가 봅니다.
좁은 나무복도가 있고 다다미가 깔린 거실. 왼쪽 발 너머로는 아이들이 쓰던 책상이 있었습니다.
집 뒤뜰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우물과 펌프가 있네요.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곳은 아이들이 썼던 욕조가 있는 곳. 저 안쪽에서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했었지요.
펌프로 물을 길어올려 쓰는 수도시설은 지금도 실제로 작동이 가능합니다.
귀염귀염한 먼지요정(마쿠로쿠로스케)이 숨어들던 공간까지도 충실하게 재현해두었습니다.
집 앞 연못과 정원에는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고양이 버스를 기다렸음직한 정류소 표지판도 있었습니다. 관람객들도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혹시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없더군요. 아이들이 토토로와 함께 모험을 떠나느라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들른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왼편에 멀리 보이는 것은 전망대인데, 만약 ‘사츠키와 메이의 집’ 입장권이 마감되어 들어가 보지 못했더라도 맞은편에 이 전망대가 있어서 집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이 모두 끝나고, 아쉬움이 남아 전망대에 올라 봅니다. 아름다운 연못과 숲에 둘러싸인 메이의 집 풍경에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저 숲 어딘가에 고양이버스가 잠들어 있지는 않을까요?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치엑스포공원에 어둠이 찾아오면, ‘사츠키와 메이의 집’ 빨간 지붕에 토토로가 앉아 오카리나를 불고 있지는 않을지 상상해 봅니다. 틈날 때마다 고양이와 관련된 장소로 여행을 떠나지만, 찾아간 곳에서 꼭 고양이를 만나지 못해도 괜찮아요. 이렇게 고양이 버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사츠키와 메이의 집’을 나와 셔틀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는 도토리가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서, 도토리나무를 지키는 정령 토토로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물론 “동그리!” 하고 외쳤던 귀여운 메이도 생각나지요. 근처에는 아이치엑스포공원에서 조성한 테마정원이 마련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정원을 돌아보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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