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양이 여행의 경로에 꼭 끼워넣는 곳으로 공원이 있다. 공원 자체를 돌아보러 가는 목적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고야 성 앞 작은 공원에 들렀을 때도 어김없이 길고양이와 밥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원에 어스름이 깔리면, 한낮에 드문드문 보이던 길고양이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간이 된다. 일본의 길고양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친근하게 여기고 따르지는 않는다. 고양이가 만약 사람을 피하지 않고 뭔가 기다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 고양이는 이미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도 풀밭 위에 식빵을 굽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제법 거리가 좁혀졌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우리는 따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옹~"
익숙한 인기척을 느낀 길고양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반가운 울음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역시 밥 주는 분이 계신 공원이다. 밥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10마리가 넘었다. 흥미로운 건 공원에서 길고양이 밥주시는 분들은 대개 고양이 사료만 주지 않고 캔과 함께 버무려 준다는 것. 밥을 버무리기 위한 그릇까지 가지고 나오신 걸 보면 달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밥주는 할아버지와 길고양이를 응원하고 돌아나오는 길, 또 다른 담벼락 위에는 길고양이를 위한 캔사료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 밥을 노리던 길고양이는 모른 척 얼굴을 돌리고 있다. 아마 캔의 숫자로 보아 친구 고양이들이 더 있을 것이다. 공원에서도 구역을 나눠 밥을 주는 분이 여럿이다.
저녁 무렵 일본의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빛으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면, 필시 밥주는 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 게다. 지하철을 타러 돌아가던 길에도 어김없이 길고양이는 밥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밥을 챙겨주고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와 작별하고 돌아가려는데 배낭을 메고 나타난 한 아가씨. 고양이들 등을 토닥여주고는 벤치로 가서 배낭 안에 든 사료를 내놓는다. 약속하고 찾아간 것도 아닌데 여행 중에는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일본의 공원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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