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 대해 관심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그 결핍이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는가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결핍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어떤 결핍은 반작용으로 집착이나 강박을 만들어낸다. 성장 과정의 결핍과 관련해 흔히 인용되는 알코올중독자의 두 아들 이야기가 있다. 날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큰아들은 아버지처럼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작은아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목사가 되었다. 당신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두 아들은 똑같은 답을 했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보면 이것은 “환경도 극복하기 나름”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한 일화다. 그럼 큰아들은 실패자이고 작은아들은 성공한 사람일까. 한데 나는 그런 교훈을 얻기보다는, 작은아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모범생’에 대한 강박이 어린 시절부터 그를 얼마나 옥죄었을까 상상한다. “환경 따위가 나를 지배할 수 없다”고 되뇌고, 자신의 인생으로 그것을 증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렀을지 상상한다.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고 죽지도 않지만 그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감정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람이 되어 해답을 찾고자 한다. 남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누구보다 울고 싶지만 정작 울 수는 없는 아이-그렇게 울지 못하는 아이가 자라 '어른아이'가 된다. 어른의 몸속에 갇힌 그런 아이를 발견할 때면 깊은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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