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 2006.02.15] OX 퀴즈 하나. "교통카드는 1만 원 단위로만 충전할 수 있다?"

정답은 (X)다. 주관식으로 좀 더 자세히 답하자면, '교통카드 최소 충전금액은 1천 원'부터다. 그러나 교통카드 충전 서비스를 실시중인 일부 편의점과 가판대 충전소, 소규모 가게 등에서 1만 원 미만의 소액충전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애꿎은 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버스보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지하철 정기권을 주로 쓰기 때문에, 교통카드를 쓸 일이 거의 없다. 환승 할인을 받을 때를 제외하면 교통카드를 쓸 경우가 드물어, 가끔씩 충전해 쓰곤 한다. 평소 별 생각 없이 1만 원씩 충전해왔기에 소액충전 거부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침 현금이 5천 원밖에 없던 날, 소액충전을 요구했다가 무려 세 군데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씁쓸히 돌아서야 했다. 

첫 번째로 퇴짜맞은 곳은 월곡동의 한 편의점이었다. 유리문에 붙은 'T-머니 충전' 표시가 눈에 띄기에 반갑게 편의점에 들어가 "5천 원 어치만 충전해주세요" 하니, 주인 아저씨가 "1만 원 이상만 충전돼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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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글 속에 등장하는 편의점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편의점 충전이 가능함을 보여드리기 위한 참고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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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글 속에 등장하는 가판대 충전소와 아무 관계 없는 참고사진입니다^^

두 번째로 5천 원 충전을 시도한 가판대 충전소에서도 퇴짜를 놓기는 마찬가지였다. "1만 원 이상이 아니면 충전 안한다"며 다른 데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조언까지 해주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는 미련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다른 가판대에서는 "이거 1만 원 충전해도 우린 100원도 안 남아!"라는 호통 섞인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수수료로 받는 금액이 그 정도로 미미하다면, 한번에 많은 금액을 충전하게끔 유도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액충전을 요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서민이나 학생층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버스이용민원 게시판이나,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불편신고 게시판에서는 소액충전 거부 관련 각종 민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 교통카드 이용자가 민원게시판에 남긴 소액충전 거부 신고 건에 대한 조합 측의 답변을 보면, 소액충전 거부가 왜 이처럼 빈발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답변 내용]
(…)보통 충전소의 경우 충전수수료가 1.5%로 1만 원 충전시 150원 이윤이 발생하나 전화비가 포함돼 있으므로 주의조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시정되지 않고 있는 바, 가급적으로 소액충전시 지하철 매표소를 이용하시면 이런 불편을 덜게 될 것으로 사료되며(…)

즉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해당 업소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원체 미미한데다, 한번 충전 승인을 받을 때마다 전화비가 공제된다면, 실질적으로 수수료는 1%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이득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소액충전을 거부하지 말라고 해당 충전소에 말해봤자 씨도 먹히지 않으므로, 소액충전은 지하철 매표소에 가서나 하라는 조합 측의 권유인 셈이다. 
물론 지하철역 매표소로 가면 소액충전을 해 준다. 하지만 당장 버스를 급히 타야 하거나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없는 상황에서, 눈앞의 충전소를 두고도 멀리 지하철역을 찾아가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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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글 속에 등장하는 가판대 충전소와 아무 관계 없는 참고사진입니다. 담배가게에서도 충전이 되는군요.

충전식 교통카드를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신용카드에 내장된 후불제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이나 실업자처럼 자유롭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일부터 삼성·신한·외환·롯데카드 4개 사의 후불제 교통카드 신규 발급마저 중단되어, 교통카드 사용자들은 한층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또한 잔돈이나 1천원 지폐가 없는 상황이라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잔돈을 바꿔야 한다.

아무쪼록 교통카드 이용자의 엄연한 권리인 소액충전을 어디서나 불편없이 할 수 있도록, 소액충전 거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우선 지하철역 내에 비치된 무인충전기를 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스는 서민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교통수단인데도 불구하고, 영리 추구가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은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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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지하철 역내에 설치된 교통카드 무인충전기에서 1천 원 어치를 충전하고 있다. 1회 충전시 최소 1천 원에서부터, 최대 5만 원까지 충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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