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 님의 선물이 도착했다. 봉투를 열어보니 '삶여행 人연 캘린더'와 고양이 걸개 그림, 편지가 한 세트로 들어 있다. '삶여행 人연 캘린더'는, 1년 동안 나의 삶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기록한 다음, 1년 뒤에 그 만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는 용도로 쓴다. 달력이 아닌 연력 같은 개념이지만, 일정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기록하는 용도라는 점이 다르다. 1년 뒤에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모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유롭게 뒹굴거리는 고양이 그림이 프린트된 골판지 액자를 보고 있으니, 재활용을 하기 위해 작업실에 모아둔 골판지 상자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라모 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짓게 된다. 상자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니. 빈 상자를 좋아하는 건 '고양이과' 사람들의 특징일까? 나도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상자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줍고 마니... 덕분에 출근길에 주워왔다가 아직 집에 가져가지 못한 상자들이 사무실에 몇 개 있다. 상자가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비어 있어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니 좋고, 각을 맞춰 닫았을 때 느껴지는 정갈함이 좋고, 뭔가 담아 건넬 때 그걸 받는 사람의 행복한 웃음이 떠올라서 좋다고 해 두자.
2월 14일 받았으니 이미 지나간 시간이 1달 반 정도 된다.
라모님의 캐릭터. 고양이의 긴 머리 때문에 처음에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전화 목소리는 남자분이어서 조금 놀랐다는.
블로그를 돌다 보면 가슴에 와닿는 말을 발견하곤 하는데, 라모님의 블로그에서도 종종 그런다. 블로그에 머물던 고양이 그림과 글귀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나 역시 그림 속의 경구처럼, 2008년에는 익숙한 곳에 안주하기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을 향해 걸어나가길 바란다. "당신을 성장시키는 방향을 선택하세요"라는 말의 무게를 가늠해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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