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모리에서 파는 나뭇결 모양의 입체 액자가 마음에 들어서, 스밀라 사진을 넣어 주문했었다. 종이가 아닌 캔버스 천에 인화하는 형식이라 인화지에 인화할 때보다는 세밀한 묘사력이 덜하지만, 나름대로 그림 같은 느낌이 난다. 같은 액자를 2개 주문해서, 하나는 회사에 두고 하나는 집으로 가져왔다. 진짜 스밀라가 곁에 없어도, 액자 속의 스밀라는 내 발치에서 동그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나무 느낌의 액자랑, 스밀라가 장식장에 쏙 들어앉은 모습이 잘 어울린다.
마음이 고단할 때 스밀라만큼 좋은 치유제가 없다.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도, 스밀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스밀라는 베란다에 있는 '종이박스 산' 정상에 올라 거실과 부엌을 관망하는 일을 즐긴다. 종이박스에는 안 입는 옷들과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저 잡동사니들을 언제 버리나 하고 생각했지만, 스밀라를 생각하면 올 겨울 동안 그대로 둘까 싶기도 하다. 몸을 둥글리고 햇빛을 쬐면서 가느다랗게 된 눈으로 거실 안쪽을 조용히 바라보는 스밀라를 보고 있으면, 집 안의 하찮은 잡동사니조차 쉽게 버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키가 작은 스밀라는 멀리 내다볼 수 없지만, 종이박스 산 위에 올라가면 자기 키도 덩달아 커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스밀라가 앉은 곳, 그 눈높이 근처에 서서 거실을 바라보니, 부엌도, 거실도, 내 방도 다 보인다. 스밀라는 시선으로 나를 보살핀다. 나보다 작고 여린 것이, 나를 지키기도 한다. 내가 스밀라보다 덩치가 크고,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고, 사료와 간식과 화장실 모래를 살 수 있는 돈을 번다고 해서, 스밀라를 무조건 돌보기만 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말이다. 비록 스밀라가 먼저 손 내밀어 날 안아주지 않아도, 안겨있다가도 5분을 못 참고 뒷발로 콱 밀며 뛰어내려도, 나는 내게로 이어져있는 스밀라의 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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