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명 작가의 작품집이 나왔다. 200쪽 미만에 정가 6만원이라 가격이 좀 세지만, 사고 싶다.
그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도 하지만, 이번 책은 단순히 전시 결과를
도록으로 묶어내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한 점이다.
설치작품을 하는 작가들의 괴로움이란, 전시가 끝나면 작품의 실체도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연극적 무대를 중시하는 천성명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이야기의 전개를 온전히,
영구히 남길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을 것이다.
갤러리 터치아트에서는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한 후에 작품집으로 출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수요가 적으므로 공급가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자인 나'는
가격이 비싸다고 푸념하지만, '편집자인 나'는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수긍한다.
책값에는 단순히 종이값과 인쇄비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십만 부를 찍어 수지를 맞추는
대중소설 한 권 가격과, 1~2천부 찍어도 다 팔 수 있을지 불확실한 전면 컬러 도록의 가격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책 한 권'에 지나지 않기에, 독자는 푸념하고, 편집자는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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