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취향 잡기놀이를 하다가 스밀라가 도망가는 곳은 가방 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몇 달 전까지는 가방의 형상이었지만, 지금은 스밀라의 전용방석 노릇을 하고 있는 물건' 위로. 스밀라는 마치 바다에 둥실 뜬 뗏목처럼 작은 가방 위에 몸을 움츠려 붙이고, 볼록 올라온 가방 바닥 부분을 베게 삼아 머리를 기댄 채 이렇게 텔레파시를 던진다. "어이, 이젠 그만 하자고." 제가 먼저 놀자고 덤벼들어놓고서 이렇게 나오면 어리둥절하지만, 이것 역시 고양이의 변덕 중 하나이니. 앞다리를 반으로 접어 가슴 밑에 넣고 눈을 내리깐 스밀라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약간 거만한 여왕 같다. 가방에 대한 고양이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스크래치의 압박으로부터 가방을 지키려면 죄다 숨겨두어야 한다. 오늘 새벽에도, 얼마 전에 새로 장.. 2008. 10.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