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몸 위에 가는 선 하나-발레리나 김주원 [문화와 나/ 2007 여름호] 단원들이 모두 떠난 연습실은 적막했다. 누군가 벗어두고 간 토슈즈 한 켤레만 텅 빈 연습실을 지켰다. 동그란 토슈즈 끝은 고작 3cm쯤 될까? 발레리나 김주원(29)은 그 3cm의 지구 위에 몸을 곧게 세우고 춤을 춘다. 발꿈치를 들어 톡, 토슈즈 끝으로 서는 동작은 일견 단순하지만, 이는 김주원이 자신의 몸에 봉인했던 수많은 자아 중 하나를 지금 곧 해방시킬 것이라는 신호다. 마침내 신중히 골라낸 캐릭터를 얇고 가녀린 육체에 덧입는 순간, 김주원은 사라지고 ‘배역 속의 그녀’만 남는다. 죽어서도 연인을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지젤, 남자를 농락하는 농염한 여인 카르멘, 운명과 싸우는 스파르타쿠스의 아내 프리기아….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의 여주인공 메도라 역으로 데.. 2007. 9.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