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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유혹하는 보라빛 향기 길고양이들에게 부러운 점이 있다면,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봄날에 유독 '아깽이 대란'이 일어나는 건 따뜻해진 봄바람으로, 사방에서 뭉근히 피어오르는 꽃향기로 한껏 몸이 달아오른 고양이들이, 봄을 맞아 새 생명을 생산해내는 대지의 힘을 받아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워지려는 듯, 얼굴을 한껏 들고 봄 향기를 맡는 고양이도 어느덧 여름으로 얼굴을 바꾸려 하는 계절을 보내기 아쉬운 듯합니다. 봄이 무르익다 못해 단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늦봄, 보라빛 꽃송이에 둘러싸인 고양이는 얼굴마저 보랏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꽃향기에 취한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고양이도 부럽지 않을 듯합니다. 꽃향기에 충전을 마친 고.. 2010. 5. 21.
길고양이를 위한 무지개 다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에 올라 볕을 쬐고 있습니다. 고개를 쭉 빼고 목을 늘인 모습이 뭔가 기다리는 표정입니다. 앞발을 뻗으면 잡힐 듯이 코앞으로 다가온 봄을 기다리는지... 그러나 이미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고양이 등 뒤에 다가와 있습니다. 고양이의 눈을 유혹하는 노란 들꽃도, 곧 있으면 지고 말 것입니다. 혹독한 겨울과 끈적한 여름 사이, 있는둥마는둥 잠깐 머물다 사라질 뽀송뽀송한 봄기운이 아쉽기만 합니다. 길고양이는 오래간만에 만끽하는 짧은 봄볕을 둥그런 등짝 위로 오롯이 받으며, 꽃놀이 하듯 봄구경 하듯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그런 길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풀면서 가만히 보니, 고양이 발 밑에 조그만 무지개 다리가 떠 있습니다. 사진.. 201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