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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고양이섬 에노시마 산책길 보통 가마쿠라와 묶어 구경하는 도쿄 근교의 여름 휴양지, 에노시마는 고양이가 많기로도 유명한 섬입니다. 심지어 고양이를 위한 모금함까지 볼 수 있죠. 이곳에서 가이드북에도 없는 '고양이 바위'를 발견했어요. 스님들이 수도했다던 해식동굴 '이와야 동굴'과 사랑이 이뤄지는 전설의 장소로 유명한 '용연의 종' 등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은근히 비탈진 길이 많아서, 관광객을 겨냥한 에스컬레이터 탑승권도 판매할 정도입니다. 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보았습니다. 에노시마는 섬이지만 육지와 큰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파란 바닷물이 찰랑찰랑하면 예뻤겠지만... 오른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 2008. 9. 4.
나무 그늘 아래 목에 목걸이를 찬 고양이들은 거의 주인 있는 고양이다. 하나같이 느긋하고 한가롭다. 사진 속 고양이도 마치 참선하는 것처럼 오도카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초록색 이끼 방석 위에 앉은 고양이. 나도 축지법을 쓰느라 지친 다리를 잠시 쉬면서, 고양이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고양이와 나 사이로 바람이 살랑, 스쳐지나간다. 그늘이 준 선물이다. 2008. 2. 5.
뒷모습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식당 아주머니가 가게 밖으로 나와 서성거리다 이쪽을 본다. 피곤을 못이겨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일까. 아주머니의 시선이 손님 없는 골목을 빙 돌다가, 골목 어귀에 앉은 고양이에게 내려앉는다. 아주머니의 얼굴이 고양이를 향할 때, 고양이도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둘의 시선이 텅빈 골목길 한가운데서 툭, 하고 부딪친다. 고양이의 앞모습은 순식간에 마음을 홀리지만, 뒷모습은 오래도록 상상하게 만든다. 황토색 고양이는 뭔가 결심한 듯 꼬리를 쳐들고 성큼성큼 걸어 아주머니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포함되지 않은 나는, 사진의 귀퉁이에 그림자처럼 서서 그들의 만남을 기록한다. 2008. 1. 31.
갈 길이 멀다 2008.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