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으로 뛰어놀던 아기 길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낯선 제 얼굴에 겁먹은 고양이는 순간 멈칫하더니, 잽싸게 몸을 날려 달아납니다.
가느다랗던 꼬리를 한껏 부풀려 너구리처럼 만들고 줄행랑을 칩니다.
겁먹은 마음은 꼬리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고양이는 겁을 먹으면 털을 부풀리거든요.
조금이나마 몸집이 커 보이게 하려는 것이겠지요.
"엄마, 엄마!"
꼬리를 통통하게 만들어가지고, 치타 같은 자세로 잽싸게 내달리며 엄마를 찾습니다.
새끼는 엄마 품에 폭 뛰어들어 머리를 쏙 감추고 등을 보입니다. 엄마만 있으면 이제 무서울 게 없습니다.
"우리 애를 겁준 인간이 너냐?"
엄마 고양이가 매서운 눈길로 올려다봅니다. 엄마라기엔 너무나 작고 여린 모습.
하지만 저 매서운 눈초리를 보아하니, 잘못하면 한 대 맞겠습니다.
"헤헤, 이제 하나도 안 무섭지롱~" 아기 고양이는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 코앞까지 다가옵니다.
아까 겁먹은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뒤에 든든한 엄마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엄마고양이는 아직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팔짱 끼고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인간을 보면 달아나기 급급한 길고양이도 아기 고양이 앞에서는 강해집니다.
자기가 강해야만 아기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상 모든 엄마는 누구보다 힘센 존재입니다. 길고양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습니다.
까불까불하길 좋아하는 새끼는 촐랑이, 노란 카오스무늬를 지닌 엄마는
'누를 황'에 '어지러울 란'을 써서 황란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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