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도심속 숲고양이

by 야옹서가 2007. 5. 14.

‘밀레니엄 고양이’가 무슨 종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무슨 특별한 품종이라도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사실 별 뜻은 없고, 밀레니엄 타워 아래 사는 길고양이들이라 식별하기 좋게 건물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밀레니엄 타워의 정식 명칭은 종로 타워지만, 그대로 썼다면 ‘종로 고양이’가 됐을 테니까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곤란하긴 하다. 

어쨌거나 밀레니엄 타워 뒤편 화단에는 대대로 밀레니엄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언제부터 이곳에 길고양이들이 살았는지 모르지만, 밀레니엄 타워의 완공 연도가 1999년이니 아마 2000년 이후일 것이다. 이곳에 유독 고양이가 많은 건, 사무용 건물에 딸린 화단치고는 제법 숲 느낌이 나도록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키 큰 소나무 아래로 나지막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길고양이들이 몸을 숨겨가며 이동하기 편리하고, 먹을거리 삼아 사냥할 생쥐나 곤충도 풍부할 법하다.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종로 한복판에서 길고양이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인 셈이다. 2005년 11월 다음넷에 길고양이 이야기 블로그를 만들 때 주소를 숲고양이(forestcat)로 정한 건, 밀레니엄 길고양이들의 숲고양이다운 모습이 좋아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종종 생태공원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밀레니엄 타워 화단을 찾는다. 이 가상의 생태공원에는 울타리도, 안락한 삶을 미끼삼아 자유를 속박하는 사람도 없다. 밀레니엄 고양이들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을 겨를이 없다. 이들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혹은 동료 고양이와 이웃을 맺으며 도시의 빌딩숲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 [고양이 여행]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굼벵굼벵  (0) 2007.05.16
사람 구경  (0) 2007.05.14
내 마음의 첫 번째 길고양이  (2) 2007.05.12
기본형 사진 프레임  (6) 2007.05.10
통의동 지붕 고양이  (0) 2007.05.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