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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프랑스

[폴라로이드 고양이] 011. 파리의 낭만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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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파리의 길고양이를 찾아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예쁜 그래피티.

찌는 듯한 더위에 맥을 못 추던 저도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사랑스러웠어요.

온몸에 윤기가 자르르 도는 검은 고양이가 오도카니 앉아 나비를 낚고 있네요.


한국에서 고양이가 나비라고도 불린다는 걸,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알고 있었을까요?

아마 고양이가 날아다니는 곤충에 정신을 놓아버린다는 걸 생각해서 그린 그림일 뿐이겠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 그림이, 고단한 여행길을 즐겁게 만들어주네요.
 
 
그런데,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는 고양이 뒤에서 묵묵하게 선 아저씨가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고양이가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지켜줄 것만 같은 든든한 느낌.

저도 아저씨처럼 길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을 찍고 떠나기 전에, 고양이에게  살며시 내밀어 본 손가락. 

"이제 내 냄새를 기억했으니까, 다음에 만나면 아는 척 해 줄거지?" 

고양이에게 다시 만나자고 그렇게 인사를 남기고 돌아옵니다.


여행 중에 "아, 여기다!" 싶은 곳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됩니다.

머릿속에만 남겨두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으니까요.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제 모습을 함께 담지 않는 건,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그 풍경을 보는 듯한 감정이입이 가능했으면 해서인데요.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에는 제 모습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99%쯤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흑.


제가 원하는 구도는 위 사진과 같이 약간 측면에서 제 몸이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손가락 인사를 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었는데, 너무나 정직하게 정면에서 찍어준 사진...

꼭 사진관에서 '차렷' 하고 찍는 증명사진처럼 어색하지 뭐예요. 다시 찍어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마음에, 고양이 콧잔등에 닿은 손만 크롭해서 올려보았습니다. 

까만 옷자락만 살짝 비친 모습이, 꼭 제가 그림 속 우산 아저씨가 된 것 같아서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렸답니다.

여행지에서 아무리 "이렇게 찍어 주세요"하고 설명해도 원하는 구도가 나오기란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던 사건이었어요. 그래도 누군가 찍어줄 사람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죠. 혼자선 찍을 수 없을 테니까요.


*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에서는 2010년 6월부터 유럽 고양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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