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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고양이는, 저 같은 '고양이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큰 기쁨입니다.
특히 고양이를 위한 시설을 발견하게 되면, 원래 가던 목적도 잠시 잊고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게 되는데요,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향하던 길에
한 주택가에서 고양이 전망대를 발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모기장도 아니고 창살이 무척 굵은 것이 꼭 닭장용 철망처럼 보이는데, 대개 화분을 내어놓는 곳이지만
고양이를 위한 전망대를 마련해 놓은 것이죠. 창밖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생각하면
창가에 놀게 해주고 싶지만, 그냥 창을 열어두었다가는 위험할 게 뻔하고...그렇다고 방충망을 치자니
고양이가 발톱으로 찢고 나갈까 걱정도 되고...또 전망도 좋지 않을 것이 확실하니...
고심 끝에 굵은 철망을 사다가 고양이 전용 전망대를 만들어주었을 반려인의 마음이 느껴져,
그 앞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는 전용 방석이 주어졌습니다. 여름용 방석이라 역시 왕골이군요.
고양이는 자신만의 전망대가 시원하고 좋은지 두 앞발을 얌전히 모아 식빵자세를 하고 앉아 있습니다.
1층이라 오가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칠 수도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짧은 인사도 나눌 수 있겠더군요.
눈앞이 가로막힌 방충망이 아니어서 바깥으로 손도 내밀어볼 수 있으니, 손 닿는 대로 날벌레도 잡아 봅니다.
처음 보는 제 앞에서 필살애교를 선보이는 걸 보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나 봅니다. 그윽한 눈매로 저를
올려다보는 얼룩무늬 고양이 앞에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나, 좀 귀엽지 않아?"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고양이. 정말 저 곰돌이 모양 젤리를 만져주고 싶었네요.
혹시라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주인이 싫어할까봐 그냥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만...
"쳇, 애교 부리는 녀석만 계속 예뻐할 셈이냐!"
아까부터 계속 소외되었던 검은 카오스 고양이가 눈빛으로 일갈합니다.
그래그래, 너도 찍어주려고 했어^^
누군가는 베란다에 꽃을 키우지만, 누군가는 고양이를 키웁니다. 파리 역시 대도시이기에 함부로
고양이를 바깥에 내놓고 키울 수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휴가철에 반려동물을 짐처럼 여기고
몰래 내다버리는 사람도 많아, 여름 휴가철이면 유기동물이 증가한다고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시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충망도 포기하고 고양이를 위한 전망대를 마련해주었으니까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집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아이디어 만점의 고양이 전망대였습니다.
*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에서는 2010년 6월부터 유럽 고양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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