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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몽마르트르 묘지를 거닐다가, 고양이 모양의 돌 조각에 눈이 가 닿았습니다.
고양이가 기지개 켜는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다가가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 조각이 자세를 바꿉니다. 저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하네요.
"나, 조각 아니거든?"
무덤 위로 기념비를 세우고 상단에 잠든 사람을 조각하거나, 생전 모습을 조각한 모습은 보았지만
고양이 자체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깎아놓은 곳은 처음이라, '도대체 어떤 애묘가가 묻혀있을까' 하고
궁금한 마음에 다가갔더니, 1초만에 착각이 깨졌습니다^^;
하지만 묘지의 돌 장식과 흡사한 털옷 때문에 언뜻 보면 진짜 조각인 줄 알고 지나치게 생겼습니다.
묘지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에게는 잘 어울리는 보호색이네요.
전체적으로 푸른 회색인데, 갈색 기운이 도는 걸 보면 러시안블루와 갈색 고양이의 혼혈인 모양입니다.
일본의 공원 묘원 야나카 레이엔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했는데 그때 생각도 나고요.
묘지의 고양이들에게도 어려운 사정은 있지만, 대도시의 길고양이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곳은
역시 묘지가 아닐까 합니다. 묘지기 고양이를 시작으로, 이곳에서 만난 길고양이들 이야기도
틈틈이 풀어놓겠습니다. 저를 착각에 빠지게 했던 묘지기 길고양이와 인사를 나누고,
니진스키의 무덤을 찾아 걸음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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