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 한쪽이 부서져서 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식탁의자는
스밀라 전용 가죽소파가 되었습니다. 목공본드로 붙이면
쓸 수는 있겠지만, 멀쩡한 다른 의자도 가죽을 뜯고 싶어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라, 그냥 하나 내어주는 것이
다른 의자의 평화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더 많은 스밀라는
종종 베개도 없이 머리를 살포시 기대고 곤히 잡니다.
'고양이잠'이라는 게 늘 얕기만 한 것이라, 작은 인기척에도 부시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납작한 얼굴로 잠든 모습이 귀여워
깨지 않도록 살며시 다가가 찍으려고 했던 것인데...스밀라가
어쩐지 불만스런 표정으로 깬 것을 보니 마음이 쓰입니다.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외면하는 스밀라, 아직은 잠이 더 필요한
시간인가 봅니다. 더 길게 귀찮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내려놓습니다.
스밀라의 일상을 틈틈이 기록하는 게 저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스밀라에겐 어떤 일일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를 고양이도 인식하고 있을지,
인식한다면 귀찮을지, 그냥 무덤덤할지... 스밀라와 함께 산 지
4년이 넘어가는데, 이제 고양이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생각했다가도 혹시 내 마음대로 스밀라의 기분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사소한 일에도 고양이 표정을 살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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