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작가 한 분을 만나고 돌아나서는 길에, 젖소무늬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어느 가게에선가 내놓은 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화들짝 달아납니다.
네 발 달린 동물의 빠르기를 두 발 달린 동물이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실은 따라잡지 않는 게,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안고 달아나는 고양이에게는
더 안심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굳게 닫힌 셔터문처럼, 자신을 가둘지 모를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는 고양이.
길고양이는 자신에게 금지된 것이 너무나 많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집, 맛있는 밥, 온전한 수명.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는지에 따라 그것은 온전히 고양이의 것이 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금지된 것이 되기도 합니다.
달아나는 고양이를 찍을 때면, 카메라를 든 손이 자꾸만 무거워집니다.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 폴라로이드 고양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폴라로이드 고양이] 107. 강남 오렌지 고양이 (16) | 2010.12.25 |
---|---|
[폴라로이드 고양이] 106. 금방울을 숨긴 고양이 (12) | 2010.12.19 |
[폴라로이드 고양이] 104. 갈림길 앞에 선 고양이 (17) | 2010.12.05 |
[폴라로이드 고양이] 103. 현행범 아닌 현행범 (21) | 2010.11.20 |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28) | 2010.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