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고양이는 땅과 가까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선 자세로는 자연히
길고양이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찍는 사진보다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본 세상을 찍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앉은 일호와 시선을 맞추다,
쭈그려앉는 것만으로는 서로 키를 맞출 수 없어 자꾸만 자세가 낮아집니다.
몸을 뒤집다보면 "너 뭐하니?" 하는 표정으로 저를 구경하는 이호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제가 고양이의 어떤 행동을 신기해하고 재미있게 관찰하는 것처럼, 고양이 역시
저 높은 곳에 있을 때만큼은 저를 '엉뚱한 인간'쯤으로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는 거죠.
사람이 고양이를 구경하듯, 고양이도 사람을 구경할 줄 압니다.
고양이가 다니는 길 위에서 고양이와 똑같이 흙 위에서 뒹굴면서, 고양이의 눈높이로
인간 세상을 관찰해봅니다. 그러면, 땅 위의 고양이가 저를 올려다볼 때의 마음도
어림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저를 올려다볼 때면, 제 얼굴도 저렇게 아득히 멀리 있고
작아 보이겠구나, 아래로 내려다보는 얼굴 표정은 저런 것이겠구나 하고요.
이날은 저도 사람의 모습을 한 큰 길고양이가 되어서, 담양이와 이호를 아득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럴 때면 고양이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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