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일에는 스밀라의 일과를 내내 지켜볼 수 없지만,
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낮에는 베란다 전망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새를 구경하고, 저녁이면 거실이나 제 방에서 제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 소리가 땡 하고 들리면 도도도 뛰어나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잘 준비를 하면 옆에서 어슬렁어슬렁 배회하고 있다가 빈 의자로
잽싸게 뛰어오릅니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한 이불에서 잠들기도 한다는데
오래 안겨있는 것을 귀찮아하는 스밀라는 절대 그런 법이 없습니다.
이불에 누워 폭 안아주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토끼 같은 뒷발로 힘껏 밀치고
뛰어나가지요. 대신 제가 앉던 의자에 앉아 잠드는 건 참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할 일이 남아서 잘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의자만 비면 스밀라가 뛰어오른다는 점이죠.
하루는 부엌으로 물 마시러 나왔다가 어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하고 들어갔더니,
스밀라가 제 의자를 딱 차지하고 누워있네요. 잠잘 시간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한쪽 발을 꼬아 다른 쪽 발 위로 턱 얹고, 그새 단잠에 빠져있습니다. 분명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으니
깊은 잠은 들지 않았을 텐데, 스밀라는 모르는 척 눈을 꼭 감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의자에 남은 제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가족의 냄새가 남아있는 그곳에
굳이 눕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기에 차마 내려오라고 하지 못합니다.
좀 일찍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마저 하자, 생각하곤 잠든 스밀라를 내버려둡니다.
제가 집에서도 자체야근을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스밀라입니다.
좋아하는 자리에서 자는 고양이잠은 짧아도 달달하겠구나,
곤히 잠든 스밀라의 그윽한 표정을 보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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