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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스밀라 이야기

by 야옹서가 2007.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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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징글징글하게 계속되던 작년 7월 중순께, 조그만 회색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왔다. 친구네 집 근처에서 방황하다 구조된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구조한 친구는 틈틈이 밥을 주며 닷새 동안 고양이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혹시 고양이를 찾으러 온 사람이 나타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커녕 전단지도 나붙지 않았단다. 결국 친구가 임시로 구조해 돌보던 고양이는, 한번의 입양과 파양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내게로 왔다. 아직은 도저히 고양이를 키울 형편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엄두도 못 냈던 고양이와의 생활을 떠밀리듯 얼떨결에 시작한 셈이다. 그 녀석이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스밀라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말도 없고 소심하고 늘 불안해 보이던 녀석은, 이제 큰 소리로 앵앵 울며 의사 표현을 할 줄도 알고,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 누워 재롱도 곧잘 부린다. 보자기 뒤에 숨어 앞발을 휙휙 휘두르며 나를 사냥하려고 덤빌 때를 제외하면, 대개 점잖은 편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털뭉치를 휘날리며 거실과 베란다 사이를 뛰어다니는 스밀라를 보고 있으면, 이 녀석이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와 주었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교사직을 그만두고 한동안 우울 모드에 빠져 계셨던 어머니께 스밀라가 많은 위로가 됐다.

스밀라의 귀여운 짓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스밀라는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병원에서는 이빨 상태를 보아 두 살쯤 되었을 거라고 했다. 처음 스밀라에 대한 기록을 시작한 2006년 7월 16일을 스밀라의 새로운 생일로 삼고, 기념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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