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타워 뒤에 고양이가 많은 것은 화단을 잘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키 작은 나무와 큰 소나무가 골고루 자라고, 흙 바닥에 잡풀들이 수북해 생쥐들도 어딘가 숨어 살 법하다. 상업용 건물로 가득한 종로 한복판에서 고양이들이 야생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밀레니엄타워 하단부는 갑옷 비늘 같은 금속 재질로 둘렀기 때문에, 그 비늘이 건물 면과 맞닿는 부분은 비스듬히 경사가 생겨 고양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들은 주로 낮에는 이 공간에서 지내고, 밤이 되면 바깥으로 나온다. 물론 건물 관리인들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겠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으로 밀레니엄타워 뒤뜰을 찾는 것 같다. 야생고양이에 대한 여러 가지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고 할지, 동지애라고 할지 모를 감정이 생긴다. 하여간 팍팍한 세상에서 매일 골치아픈 문제들을 헤쳐나가면서 살야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어제 종각역에서 만난 고등어 무늬 고양이는 한동안 본 적이 없는 녀석이다. 대개 밀레니엄 고양이들은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이 70%, 사람을 피하는 녀석이 30% 정도인데, 이녀석은 후자 쪽에 속한다. 오른쪽 눈이 움푹하니 들어가 보이고, 뒷다리도 조금 저는 데다 행색도 추레한 것이, 험하게 살아온 티가 난다. 조금만 다가가도 움찔하며 내빼는 통에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결국 화단 있는 곳에서 후다닥 달아나더니, 길을 건너 음식점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은 내가 쫒아오는지, 아닌지를 슬쩍 확인하면서 마무리.
잽싸게 달아나긴 했지만, 고양이는 역삼각형 프레임 속에 갇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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