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 전쯤 내 무릎 위에 넙죽 앉았던 밀레니엄타워의 고등어무늬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묵념을 하는 듯한 자세지만, 실은 금방 던져준 천하장사 소세지 토막을 입에 넣는 중이다. 역광으로 찍으니 묵직한 양감이 느껴져서 조그만 공룡 같다. 무엇보다 꼬리의 도톰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이미 오후 7시 반을 넘어서 날은 어둑어둑하고 스트로보도 없었는데, 디카라면 감도를 조절하면 됐겠지만 갖고 있던 건 FM2 뿐이었다. 조리개를 1.4까지 열고 셔터 스피드를 15분의 1초까지 내렸는데도 계속 노출 부족이다. 더 이상 셔터스피드를 내리면 흔들려서 심령사진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뜸들이다 고양이가 훌쩍 가 버리면 대략 허무할거고. 두 장을 연달아 찍었는데 그나마 잘 나온 컷이 이거다. 이런저런 이유로 화질은 별로지만 오랜만에 보는 고등어고양이라서...
그동안 뭘 하다 왔으려나 궁금한데, 배 부분이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새끼를 가졌나? 아니면, 어디 근처의 맘씨 좋은 식당 주인이라도 만나 붙박이 생활을 하면서 살이 토실토실 올랐나. 고양이 줄 비상식량으로 가방 안에 넣어 다니는 천하장사 소세지를 꺼내 조금씩 뜯어먹이니 야웅거리면서 잘 먹는다. 3분의 2쯤 먹다가 깨작거리던 때와는 또 다르다.
사진 오른편 나뭇가지 뒤로 아웃포커싱 된 건 황토색 줄무늬 고양이다. 혹시나 고등어고양이에게 해를 끼칠까봐 나를 계속 경계하면서 뒤를 따라다녔다. 어쩌면 둘 사이는 부부지간인가 싶기도 하다. 적어도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흑백으로도 전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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