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조금 열어두고 문틈으로 손가락을 꼼질꼼질하면, 스밀라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달려올 준비를 한다. 사냥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턱은 땅바닥에 닿을 듯이 낮추고, 앞발은 짐짓 몸 아래 슬쩍 감추고, 엉덩이는 살짝 들고, 뒷발은 동당동당 제자리뜀을 하다가 순식간에 내달린다. 제딴에는 '들키지 않게 몰래' 시동을 거는 것이겠지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것만 봐도 녀석이 뛰어올 게 빤히 보이니 웃음만 날 뿐이다.
우다다 달려온 스밀라 앞에서 얼른 손가락을 치우면, '아까 그 녀석은 어디 감췄어?' 하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기울여 문틈 너머로 눈길을 주면서.스밀라는 집에 사람이 있는 걸 알면 혼자 놀려고 하질 않아서, 문 앞에 앞발을 딱 모으고 앉아 고함을 지른다. 떼쟁이 같으니. 그럼 나와서 한 20분 정도 쥐돌이 낚시 놀이나 잡기 놀이를 해줘야 한다. 쥐돌이는 팔아픈 거 빼곤 괜찮은데, 잡기 놀이는 고양이를 잡는 시늉을 하면서 막 뛰어다녀야 하는 놀이라, 아랫집 사람에게 좀 미안하다.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예민한 사람이라면 천장이 울리는 게 느껴지겠지? 분명 '윗집에 애도 없는데 이상하다'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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