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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장모종의 비애

by 야옹서가 2008. 4. 30.
가끔 방바닥에 초코볼처럼 동그란 갈색 물체가 떨어져 있을 때가 있다. 스밀라가 남기고 간 선물이다. 실은 선물이라기보단 지뢰라고 해야겠다. 이 녀석이 예전엔 안 그러더니, 요즘 들어 가끔 엉덩이에 똥을 한 덩어리씩 달고 나온다. 다행히 엉덩이 근처에 뭉개져서 달라붙는 건 아니고, 털끝에 살짝 붙어 대롱거리는 건데,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가 바닥으로 툭 투하되는 것이다. 한번은 방바닥 한가운데 떨어진 동그란 똥덩어리를 무심코 밟을 뻔한 적도 있다. 고양이똥의 냄새란 게 그리 향긋하지만은 않아서, 밟으면 죽음이다.
 
그래서 요즘은 스밀라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얼른 붙잡아 뉘어놓고 엉덩이 근처부터 확인한다. 스밀라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지만, 내 입장에선 그 절차를 거쳐야만 마음이 놓이는 거다. 고양이 털이야 워낙 날리던 거라 포기한 상황이지만, 똥덩어리를 여기저기 떨어뜨리고 다닌다면 무조건 스밀라를 변호해줄 수만은 없게 된다. 

그나저나 엉덩이 근처의 털을 좀 잘라줘야 하려나. 스밀라가 집에 온 뒤로 한번도 미용이란 걸 시켜본 적이 없는데. 동물 미용이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털에 인위적으로 손길을 가하는 걸 마땅치않게 생각했었다. 어쩐지 분재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특히 강아지 같은 경우에 귀 근처의 털을 파랗게, 빨갛게 염색한다거나 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흰털을 가진 개가 그런 일을 많이 당한다. 고양이는 염색한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지만...하지만 그런 차원의 미용과 다르게, 건강이나 청결을 위한 미용은 주기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자꾸 엉덩이에 똥을 달고 나오면 곤란하니까. 고양이 전용 이발기를 사서 야매 미용이라도 시도해봐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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