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새벽 5시쯤 일어나 베란다방 화장실에 갔다가, 거실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 오늘 새벽에도 발톱으로 방문을 긁으며 앵알거리기에, 문을 열어주고 다시 선잠이 들었다. 살짝 열어놓으면 알아서 드나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잠든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거실에 있던 스밀라가 방문 앞에서 계속 울며 나를 불렀다.
'제발로 열면 될 걸 왜 오늘따라 호들갑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문을 열어줬더니, 방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울어댄다. 혹시 사료가 다 떨어졌나 싶어서 거실로 나가 봤다. 날이 궂은 건지 거실까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그런데 안개 속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안개가 아니라 연기였다. 부엌에 둔 토스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까맣게 숯이 된 식빵 위에, 녹아내린 빨간 토스터 뚜껑이 딸기잼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토스터가 작동 중인 걸 모르고 아버지가 뚜껑을 닫아버린 바람에 과열되어 녹아버린 것이다. 뚜껑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재질인 빵 투입구 부분도 녹기 시작해 쭈글쭈글해졌다. 열기가 나갈 수 없게 뚜껑을 덮어놨으니, 그 상태로 계속 달궈졌다면 녹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
스밀라는 알고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는지. 만약 스밀라가 덩치 큰 개였다면, 목청껏 우는 대신 내 옷깃을 물고 밖으로 끌어내지 않았을까? “스밀라,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거야?” 하고 물어봐도 고양이는 말이 없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만족스러운 듯 누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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