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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둥둥 산책간다

by 야옹서가 2005. 5. 8.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활보하는 모습이 좋다. 사람을 보고 잽싸게 도망가는 고양이는, 사람에게 몹쓸짓을 당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짐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멋대로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미워하지만, 그런 고양이도 나름대로 신산스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다. 누가 길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사람들이 예쁘다고 데려와서 키우다가, 덩치 커지고 에웅에웅 울어대니까 귀찮다고 내다버려서 그렇지. 먹고 살기 어렵다보니 길고양이의 팍팍한 삶에 마구마구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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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산책간다, 자동차 터널을 지나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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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지그시 기댄 벽은 예전 덕성여고 도서관 건물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쓰이질 않아서 오랫동안 흉물처럼 방치돼있다가, 아름다운가게가 문을 열면서 아름다운재단 사무실 건물로 바뀌었다. 높고 밋밋한 시멘트 담이었던 도서관 담벼락도 허문 뒤에 낮고 조그만 것으로 바뀌었고, 벽에는 친근감 있는 그림이 자리를 잡았다. 알고 보니 벽그림은 대학원 다닐 때 민화를 가르쳐주셨던 유양옥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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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해도 고양이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담벼락 뒤쪽에 있는 듯 했지만, 한동안 바라보고 있더니 결국 마음을 바꾸어 반대쪽 갈림길로 내려가기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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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파란 대문은 덕성여고 뒷문. 뒷문은 늘 닫혀 있었고, 학생들이 담치기를 하지 못하도록 담벼락 위에는 깨진 유리병 조각들을 박아두었었다. 무슨 휴전선 철조망 같은 것도 있었던가-_- 하여간 그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간혹 담을 넘나들었다. 나도 지각했다가, 도저히 조례시간에 맞춰 들어가긴 힘들고, 정문에서 지각생으로 체크되는 것도 싫어서 담치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나는 높이뛰기 선수도 캥거루도 아니었으므로 그냥 담을 넘는 건 불가능했지만, 마침 담 바로 밑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던 것이다. 차 지붕을 발판 삼아 올라가서는 유리조각 위에 체육복 깔고, 한 발 먼저 걸친 다음 가방부터 던져넣고 들어가는데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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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반대편 길을 향해 있는데, 얼굴은 여전히 저쪽을 향하고 있다. 고양이의 시선 너머엔 무엇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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