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리워지는 곳은, 행복한 길고양이가 사는 동네다. 길고양이를 귀찮거나 몹쓸 동물로 여기지 않고 사랑스럽게 여기는 곳, 길고양이와 함께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풍경 앞에 서면, 그 속으로 스며드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없어도,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곧 돈이라고들 한다. 새로운 것을 보아도 모자랄 시간에, 이미 갔던 동네를 다시 가는 건 너무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들 한다. 그러나 새로움에 환희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익숙함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오래된 기억 속의 풍경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픈 사람도 있다. '모범적인 여행 루트'와는 거리가 먼 여행 일정을 짜서, 굳이 야나카 긴자 입구의 주점을 찾아간 것은 그래서였다.
술을 마실 것도 아니면서 굳이 이곳을 찾은 것은, 야나카 일대에 널린 길고양이 아지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처음 이곳 주점 앞을 지날 때, 아저씨가 길고양이와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큰 덩치에 걸맞지 않는 장난스런 미소를 띤 채 고양이와 놀아주는 아저씨의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단순한 끈에도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어린 고양이들이 사랑스러웠다. 나이를 먹어 어른 고양이가 되면 '쳇, 이런 끈 따위 쯤이야..좀 더 센 걸 가져오라고!' 하며 코웃음을 칠 지 모르지만, 아직은 작은 것에도 즐겁고 행복한 나이 아니겠는가.
1년만에 다시 찾은 주점 앞 의자에는 'CLOSED'간판이 놓여 있었다. 아직 문을 열기엔 이른 시간, 주점 주인 대신 어린 삼색고양이 한 마리만 의자 기둥에 외롭게 묶여 있을 뿐이다. 아마 길고양이와 잠시 놀다 헤어지는 것만으로는 못내 아쉬워 가게에 고양이를 들인 모양이다.
안심할 수 있는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장소를 얻었지만, 어린 고양이의 목을 꼭 죄는 비닐 끈은 무척 갑갑해 보인다. 목끈만 없었다면 의자 밑은 고양이에게 아늑한 쉼터였을 텐데...
내 뒤에서 어딘가 낯 익은 사람이 다가와 고양이와 장난을 친다. 어디에서 보았나 했더니, 닛포리 역 근처에서 고양이 인력거를 끌던 아주머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 똑같이 어린 길고양이...시간이 멈추고 시계바늘이 거꾸로 달려, 1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고양이를 무릎에 태우고 야나카 일대를 관광할 수 있는 인력거는 '고양이 동네'로 소문난 야나카다운 명물이다. 보통 남자들이 인력거를 끄는 데 반해, 긴 말총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호탕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달리던 모습이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지만 어쩐지 그가 이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우리가 똑같이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국가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얼굴에 '고양이 좋아해'란 글자가 새겨진 이들을 만나면,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 공감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어린 고양이는 아주머니의 손을 앞발로 꼭 붙들고 아작아작 깨문다. 벌써 가버리면 서운하다는 듯, 좀 더 놀아달라는 듯... 고양이의 작은 손과, 인간의 손이 이어질 때의 그 느낌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는 다른 볼거리를 버려두고 굳이 고양이를 찍는 관광객인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나 역시, 밥벌이에 바쁠 그가 걸음을 멈춰 굳이 고양이와 놀아주는 이유를 이해한다. 그의 눈은 고양이를 향하고, 나는 고양이와 노는 그를 지켜본다. 우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지만, 우리는 고양이를 보고 함께 웃는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니까, 그 마음에 공감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 이웃'이 된다. 누군가는 내게 '엉터리 여행'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년에도 금쪽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쪼개어, 하루 내내 고양이 마을에 머물며 그 따뜻한 친숙함을 즐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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