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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를 지칭하는 가장 좋은 표현 찾기

by 야옹서가 2005. 8. 3.
가정에서 양육되지 않거나,돌봐주는 주인 없는 고양이,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흔히 길고양이라 부른다. 이런 고양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은 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갖가지 시선만큼이나 다양하다. 길고양이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표현들을 정리해본다.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정해지면 길고양이라는 호칭을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를 용의도 있다. 어쨌거나 정리부터 해보자.

1. 길고양이
길고냥, 길냥이 등의 약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라고 부르게 됐다. 길고양이 카테고리의 사진 중 대부분이 주기적으로 다니는 '개미길'(교보-밀레니엄타워-영풍-인사동-안국동 코스)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찍은 것이니, 그동안 내가 만난 고양이가 '표준형 길고양이'라 말할 수는 없다. 대개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이 녀석들은 당당하기 그지없으니. 오히려 사람이 지나가건 말건 몸을 둥글게 말고, 대로변에 앉아 사람들 다리를 감상하거나, 천하장사 소세지를 달라고 에웅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길고양이들을 만나서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길고양이 사진도 찍게 되었다. 고양이의 당당함과 자유로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길고양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2. 유랑 고양이
리드미파일 블로그(http://readme.or.kr/blog) 운영자 이강룡 씨의 칼럼에 등장하는 표현. 좀 길지만 칼럼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본다. (원문은 http://readme.or.kr/blog/archives/000589.html에서 읽을 수 있다.)

새벽에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는 배고픈 유랑 고양이들을 마주칠 때면 세 가지 색을 공평하게 물려받은 새끼 고양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물루라는 고양이를 짝사랑했던 쟝 그르니에는 이런 글을 남겼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것은 다리를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다리를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쟝 그르니에(지음), 김화영(옮김),《섬》, 민음사, 1985.)

돌아오지 않는 배처럼 고양이에게 주는 사랑도 그러하다. 그러나 고양이를 짝사랑해본 사람은 언젠가는 또 다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3. 배회 고양이
시사주간지 [한겨레21] 2005년 4월 26일자(제557호) 커버스토리였던 '고양이와 비둘기의 진실'에 사용된 표현. 이 기사에서는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들을 '배회 고양이'로 부르고 있다.(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5/04/021003000200504260557031.html

4. 낭만 고양이
체리필터의 노래에 등장하는 표현. 낭만고양이가 뭔가 싶지만, 가사를 보면 대략 어떤 부류의 고양이인지 알 수 있다.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나의 집은 뒷골목/달과 별이 뜨지요/
두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않아/서럽게 울던 날들/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거예요/거미로 그물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고양이/슬픈 도시를 비춰/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고양이/홀로 떠나가버린/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5. 도둑 고양이
길고양이들을 일컫는 부정적인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도둑 고양이'다. 고양이가 뭘 훔친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인간이 내다 버린 쓰레기봉투를 찢어 먹을 것을 챙겨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듯.

이밖에 길고양이를 부르는 다른 표현이 있으면 수시로 업데이트해볼 계획이다. 이거다 싶은 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우선 길고양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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