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0. 2001 | 벨벳 커튼을 드리운 어두운 방에 앉아 수정구를 들여다보며 모서리가 닳고닳은 카드를 뽑는 주름진 손, 타로카드 점술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게다가 점술가의 이름으로 죽음과 파괴의 여신 ‘칼리’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해골 목걸이 하나쯤 목에 걸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타로카드 마스터 칼리는 상상과는 달리 현대적인 차림새의 20대 여성이었다. 한 가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사람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온 타로카드를 어렸을 때부터 파고들어 자기 삶의 일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칼리는 14살 때인 1988년, 홍익대 앞의 이태리제 골동품 가게에서 자신의 첫 타로카드를 구했다. 화려한 그림이 있는 타로카드는 평소 관심 많았던 점성술과 주역보다 한층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타로카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가장 아끼는 ‘에노일 가발트’ 카드를 익히기 위해 히브리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독학으로 어렵게 공부했던 경험은 초보자들도 쉽게 타로카드를 익힐 수 있는 입문서 《타로카드 길잡이》(물병자리)의 집필 동기가 됐다.
《타로카드 길잡이》는 메이저 카드 22장, 마이너 카드 56장으로 이뤄진 타로카드의 역사와 상징의 의미, 카드 이미지를 읽는 방법, 스프레드 방법, 독특한 타로카드 소개 등 실용적인 정보들을 집약한 책이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로카드인 ‘비스콘티 스포르자’, 그것을 재해석한 ‘메디발 스카피니’, 현대적 타로카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라이더 웨이트’의 메이저 카드 22장을 비교한 컬러 도판은 상징적 도상이 현대로 접어들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잠재된 무의식이 뽑아내는 미래의 모습
타로카드로 점을 칠 때 나온 점괘는 자신의 무의식이 뽑아내는 결과라고 칼리는 말한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카드에 전적으로 운명을 맡기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큰 일을 결정할 때 한번쯤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해보고 싶은 게 사람의 욕망이에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을 점칠 때, 머리로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요. 그런 경우에 타로카드는 삶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편리한 도구가 되죠. 뽑은 카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징 중에서 어떤 의미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리는가는 자신이 선택하는 거예요.”
따라서 타인의 점을 칠 경우에는 상대방이 어떤 문제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지 알아야 해당되는 부분을 뽑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만큼, 흔히 만화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타로카드의 신비한 힘이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는 것은 오해다.
칼리의 조언에 따르면, 타로카드 초보자들이 점을 칠 경우엔 단순한 스프레드(점을 치기 위해 카드를 펼쳐놓는 방법)를 선택해야 한다. 카드 10장을 복잡한 순서로 펼치는 켈틱크로스보다 3장 정도의 단순한 스프레드 쪽이 틀릴 확률이 적다. 또 각각의 상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카드에서 연상되는 것만을 해석하는 ‘이미지 리딩’은 지양하는 게 좋다. 먼저 매뉴얼을 보고 카드 속의 상징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리는 카드 점을 치는 일 외에 ‘타로클럽’ 사이트에서 타로카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제자와 함께 한국 고유의 타로카드를 제작하고 있다. 이 카드는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겨냥, 외국에서 출간해 역수입할 예정이다.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메이저 카드 22장과 매뉴얼을 합친 보급형 타로카드 세트를 펴내는 것도 칼리의 최근 계획 중 하나다.
“일본이나 중국 타로카드는 자국의 특징을 너무 강조하다 실패했어요. 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한국 타로카드는 달라요.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카드들의 모티브와 십장생을 결합해서 서양인에게도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될 거예요. 현대 한복처럼 풍성한 모양은 작은 카드 안에 들어갔을 때 예쁘지 않기 때문에 소매통이 좁은 고려·신라시대 복식을 부분적으로 차용할 겁니다.”
칼리는 22장의 메이저 카드 중 자신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꼽는다. 그 자체가 삶이 아닐까 하는 운명론적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리가 타로카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신비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세계를 향한다. 인터넷 사이트나 출판물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매체를 이용해 타로카드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과정은 그녀가 지닌 운명의 수레바퀴가 사람들 속으로 굴러 들어가는 여러 갈래 길 중의 하나다.
칼리는 14살 때인 1988년, 홍익대 앞의 이태리제 골동품 가게에서 자신의 첫 타로카드를 구했다. 화려한 그림이 있는 타로카드는 평소 관심 많았던 점성술과 주역보다 한층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타로카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가장 아끼는 ‘에노일 가발트’ 카드를 익히기 위해 히브리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독학으로 어렵게 공부했던 경험은 초보자들도 쉽게 타로카드를 익힐 수 있는 입문서 《타로카드 길잡이》(물병자리)의 집필 동기가 됐다.
《타로카드 길잡이》는 메이저 카드 22장, 마이너 카드 56장으로 이뤄진 타로카드의 역사와 상징의 의미, 카드 이미지를 읽는 방법, 스프레드 방법, 독특한 타로카드 소개 등 실용적인 정보들을 집약한 책이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로카드인 ‘비스콘티 스포르자’, 그것을 재해석한 ‘메디발 스카피니’, 현대적 타로카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라이더 웨이트’의 메이저 카드 22장을 비교한 컬러 도판은 상징적 도상이 현대로 접어들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잠재된 무의식이 뽑아내는 미래의 모습
타로카드로 점을 칠 때 나온 점괘는 자신의 무의식이 뽑아내는 결과라고 칼리는 말한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카드에 전적으로 운명을 맡기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큰 일을 결정할 때 한번쯤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해보고 싶은 게 사람의 욕망이에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을 점칠 때, 머리로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요. 그런 경우에 타로카드는 삶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편리한 도구가 되죠. 뽑은 카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징 중에서 어떤 의미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리는가는 자신이 선택하는 거예요.”
따라서 타인의 점을 칠 경우에는 상대방이 어떤 문제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지 알아야 해당되는 부분을 뽑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만큼, 흔히 만화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타로카드의 신비한 힘이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는 것은 오해다.
칼리의 조언에 따르면, 타로카드 초보자들이 점을 칠 경우엔 단순한 스프레드(점을 치기 위해 카드를 펼쳐놓는 방법)를 선택해야 한다. 카드 10장을 복잡한 순서로 펼치는 켈틱크로스보다 3장 정도의 단순한 스프레드 쪽이 틀릴 확률이 적다. 또 각각의 상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카드에서 연상되는 것만을 해석하는 ‘이미지 리딩’은 지양하는 게 좋다. 먼저 매뉴얼을 보고 카드 속의 상징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리는 카드 점을 치는 일 외에 ‘타로클럽’ 사이트에서 타로카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제자와 함께 한국 고유의 타로카드를 제작하고 있다. 이 카드는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겨냥, 외국에서 출간해 역수입할 예정이다.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메이저 카드 22장과 매뉴얼을 합친 보급형 타로카드 세트를 펴내는 것도 칼리의 최근 계획 중 하나다.
“일본이나 중국 타로카드는 자국의 특징을 너무 강조하다 실패했어요. 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한국 타로카드는 달라요.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카드들의 모티브와 십장생을 결합해서 서양인에게도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될 거예요. 현대 한복처럼 풍성한 모양은 작은 카드 안에 들어갔을 때 예쁘지 않기 때문에 소매통이 좁은 고려·신라시대 복식을 부분적으로 차용할 겁니다.”
칼리는 22장의 메이저 카드 중 자신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꼽는다. 그 자체가 삶이 아닐까 하는 운명론적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리가 타로카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신비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세계를 향한다. 인터넷 사이트나 출판물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매체를 이용해 타로카드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과정은 그녀가 지닌 운명의 수레바퀴가 사람들 속으로 굴러 들어가는 여러 갈래 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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