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돌아오면, 스밀라가 현관 앞 방석에 몸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고요히 앉아있다. 예전에는 신발 벗는 곳까지 걸어나와 우두커니
앉아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붙잡혀 네 발을 닦이고 나더니,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대신 현관까지 와서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빈다.
온몸으로 환영인사를 하는 스밀라를 번쩍 안아들고 얼굴을 바짝 댄다.
아르마딜로처럼 등을 둥글게 한 스밀라가 색색ㅡ 숨을 몰아쉰다.
앙증맞은 갈색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살아있는 것이 내쉬는 숨은 따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차다.
그렇게 조그만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도 나름 바람인 거다.
나도 지지 않고 스밀라 얼굴에 콧바람을 흥흥 불어넣다가, 스밀라가 뿜어낸 숨을 들이마신다.
허공에서 숨이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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