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삼색고양이 고양이의 시선과 인도 표시선이 나란히 일직선으로 놓인다. 사진 프레임 밖에 있는 탓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양이의 시선이 날아가 떨어지는 지점에는 조그만 개 한 마리가 있다. 오두마니 앉아있던 고양이는 긴장한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 때문인지 시선을 떼지 못한다. 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귀만 앞뒤로 움직이던 녀석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킨다. 시선은 여전히 개가 있는 쪽을 향한 채로. 평균대에 올라서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하얀 양말 신은 삼색고양이의 앞발이, 도로 위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평균대 위로 조심스레 놓인다. 고양이의 수염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사위가 고요하다. 2008. 9. 3. 고양이가 인도하는 백화점 속 헌책방 작년 여름 도쿄의 진보초 헌책방거리에 갔을 때, 고양이가 등장한 깜찍한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광고모델을 맡은 헌책시장이라... 게다가 시내 한복판인 신주쿠 케이오백화점에서 헌책을 판다고? 귀여운 고양이 밀짚모자와 피크닉 바구니, 지도와 책... 여름휴가철에 잘 어울리는 연출이다. 헌책시장에 고양이를 내세운 것도 궁금했지만, 도대체 백화점에서 반짝 열리는 헌책시장이란 어떤걸까 궁금했다. 궁금증이 도져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작년에는 여행 일정이 끝난 뒤에나 헌책시장이 열리는 터라 아쉽게 포기했는데, 올해엔 헌책시장이 열리는 기간을 맞춰 다시 도쿄를 방문했기에 드디어 찾아가볼 수 있었다. 오다큐선 전철 내부에 걸린 케이오백화점 헌책시장 광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등장해 헌책시장 홍보대사를 .. 2008. 9. 2. 무기력고양이를 위한 깃털낚시 어렸을 땐 작은 움직임에도 잽싸게 반응하던 고양이도, 한살 두살 나이를 먹게 되면 만사 귀찮은 얼굴로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스밀라도 한때 오뎅꼬치 장난감에 열렬하게 덤벼들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오뎅꼬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단순한 장난감으로 날 즐겁게 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듯한 시큰둥한 표정이다. 그나마 큰 깃털이 달린 장난감에는 조금 흥미를 느끼니 다행이랄까. 오뎅꼬치는 열심히 흔들어도 상하운동밖에 되지 않지만, 깃털 장난감은 투명 낚싯줄에 매달려 있어 움직이는 방향이 자유롭고, 깃털 모양이 진짜 새와 닮아서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일깨우는 게 아닐까 싶다. 움직임+소리로 유혹해 본다 | 깃털 장난감을 고양이 눈앞에서 흔들어도 별 반응이 없다면 깃털 장난감을 너무 많이 갖고 놀아.. 2008. 8. 31. 어린쥐 사냥하는 일본의 길냥이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 골목길에서 어린쥐를 사냥하던 길고양이를 만난 그날은 내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한번도 직접 볼 수 없었던 쥐사냥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길고양이에게는 어쩌면 운수 나쁜 날이었을지도. 나는 여행지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다 타박타박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 이동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일찌감치 문을 닫는 일본 관광지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이 지점에서 저 지점까지 이동하기까지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습기, 열기, 모기'의 3종 세트와 싸워야 하는 한여름의 일본여행이라면, 그냥 속 편.. 2008. 8. 30. 추억의 B컷 사진, 버리지 마세요 고양이와 함께 살다보면 집에 있을 때도 수시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필름값 안 든다고 막샷을 날리다보면, 나중엔 '이런 사진은 왜 찍었나'싶은 사진도 많이 찍힙니다. 막샷으로 100장 찍으면 서너 장만 마음에 든달까요. 사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B컷 사진들은 분류해서 찍는 즉시 버리고, A컷 사진들만 남겨놓는 것이 좋다는데, 그래서 저 역시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2년 전쯤 스밀라가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무렵의 사진들은 별로 남아있지 않네요. 상태가 별로다 싶은 사진들은 가차없이 버렸거든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스밀라의 '처음 무렵'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 별로 없거든요. 분류하는 게 귀찮아서 폴더에 남겨둔 바람에 운좋게 살아남은 사진 아니면, 블로그용으로 리사이즈해.. 2008. 8. 28. 나 억울해! 검은 길고양이의 항변 나는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구박하는 까만 고양이. 인상이 어둡다고, 마녀의 고양이 같다고, 심지어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까지 들먹이며 나를 불길하다고 해. 눈처럼 하얀 털옷을 입은 내 친구가 빛의 고양이라면, 나는 어둠의 고양이지. 내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 "아, 저 예쁜 흰고양이 좀 봐. 어쩜 길고양이인데도 저렇게 단정하고 깔끔할까?" "근데 저 까만 애는 뭐래...무섭게 째려보는 것 좀 봐." 사실 내 눈매나 친구 눈매나 비슷한데, 나는 왜 만날 이럴까. 하지만 나도 열심히 털 고르기를 한다고. 흰 옷에 먼지 묻으면 티도 안 나지만, 까만 옷은 얼마나 간수하기 힘든 줄 알아? 비듬 하나 떨어져도 지저분한 놈 소리나 듣고 말이지. 뭐, 혀빠지게 닦아도 별로 티는 안 나.. 2008. 8. 27.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