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의자로 만든 고양이 놀이터 너덜너덜 낡았지만 못 버리는 물건이 있어요. 고양이가 좋아하기 때문이죠. 낡은 의자로 비싼 캣타워 못지않은 고양이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스밀라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스밀라의 경우 스크래처, 전망대, 동굴 등의 용도로 쓰고 있어요. 이것이 문제의 낡은 식탁의자 두 개. 아마 고양이와 함께 사는 분이라면 저런 광경 많이 보셨을 듯... 뭐 이것도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구요, 스밀라가 몇 달간 실컷 뜯어서 그런 거죠. 원래 새 식탁 세트를 주문하면서 버리려 했는데, 거실로 내놓은 의자를 보더니 스밀라가 폴짝 올라가 발톱으로 뜯기 시작하는 거에요. 어차피 버릴 거니까 "그래, 실컷 갖고 놀아라" 하면서 놓아두었어요. 분리수거 날까진 집안에 두어야 하니까요. 그랬더니 그 꼬질꼬질한 의자가 그렇게도 .. 2008. 9. 10. '나중에'보다 '지금'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엔 잘 몰랐다. 고양이에게도 코딱지가 있다는 걸. 스밀라를 안고 둥개둥개 어르면서 얼굴을 들여다보면, 가끔 콧구멍에 코딱지가 붙어있는 게 보인다. 고양이세수를 해도 거기까진 잘 닦이지 않아서 그럴까. 투명했던 콧물은 어떻게 까만색으로 변하는 걸까. 흰 털옷을 입은 고양이라 그런지, 코딱지가 더 도드라진다. 하지만 더럽다는 느낌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한 아기 같아서.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가짜가 아니니까, 코딱지도 생기고 눈곱도 끼는 거다. 스밀라를 데려오기 전에, 고양이는 키우고 싶은데 상황은 안 되니 장난감 박람회에서 본 고양이 로봇이라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도저히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양이 로봇이 진짜 고양.. 2008. 9. 9. 한가로운 고양이섬 에노시마 산책길 보통 가마쿠라와 묶어 구경하는 도쿄 근교의 여름 휴양지, 에노시마는 고양이가 많기로도 유명한 섬입니다. 심지어 고양이를 위한 모금함까지 볼 수 있죠. 이곳에서 가이드북에도 없는 '고양이 바위'를 발견했어요. 스님들이 수도했다던 해식동굴 '이와야 동굴'과 사랑이 이뤄지는 전설의 장소로 유명한 '용연의 종' 등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은근히 비탈진 길이 많아서, 관광객을 겨냥한 에스컬레이터 탑승권도 판매할 정도입니다. 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보았습니다. 에노시마는 섬이지만 육지와 큰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파란 바닷물이 찰랑찰랑하면 예뻤겠지만... 오른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 2008. 9. 4. 긴장한 삼색고양이 고양이의 시선과 인도 표시선이 나란히 일직선으로 놓인다. 사진 프레임 밖에 있는 탓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양이의 시선이 날아가 떨어지는 지점에는 조그만 개 한 마리가 있다. 오두마니 앉아있던 고양이는 긴장한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 때문인지 시선을 떼지 못한다. 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귀만 앞뒤로 움직이던 녀석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킨다. 시선은 여전히 개가 있는 쪽을 향한 채로. 평균대에 올라서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하얀 양말 신은 삼색고양이의 앞발이, 도로 위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평균대 위로 조심스레 놓인다. 고양이의 수염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사위가 고요하다. 2008. 9. 3. 고양이가 인도하는 백화점 속 헌책방 작년 여름 도쿄의 진보초 헌책방거리에 갔을 때, 고양이가 등장한 깜찍한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광고모델을 맡은 헌책시장이라... 게다가 시내 한복판인 신주쿠 케이오백화점에서 헌책을 판다고? 귀여운 고양이 밀짚모자와 피크닉 바구니, 지도와 책... 여름휴가철에 잘 어울리는 연출이다. 헌책시장에 고양이를 내세운 것도 궁금했지만, 도대체 백화점에서 반짝 열리는 헌책시장이란 어떤걸까 궁금했다. 궁금증이 도져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작년에는 여행 일정이 끝난 뒤에나 헌책시장이 열리는 터라 아쉽게 포기했는데, 올해엔 헌책시장이 열리는 기간을 맞춰 다시 도쿄를 방문했기에 드디어 찾아가볼 수 있었다. 오다큐선 전철 내부에 걸린 케이오백화점 헌책시장 광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등장해 헌책시장 홍보대사를 .. 2008. 9. 2. 무기력고양이를 위한 깃털낚시 어렸을 땐 작은 움직임에도 잽싸게 반응하던 고양이도, 한살 두살 나이를 먹게 되면 만사 귀찮은 얼굴로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스밀라도 한때 오뎅꼬치 장난감에 열렬하게 덤벼들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오뎅꼬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단순한 장난감으로 날 즐겁게 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듯한 시큰둥한 표정이다. 그나마 큰 깃털이 달린 장난감에는 조금 흥미를 느끼니 다행이랄까. 오뎅꼬치는 열심히 흔들어도 상하운동밖에 되지 않지만, 깃털 장난감은 투명 낚싯줄에 매달려 있어 움직이는 방향이 자유롭고, 깃털 모양이 진짜 새와 닮아서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일깨우는 게 아닐까 싶다. 움직임+소리로 유혹해 본다 | 깃털 장난감을 고양이 눈앞에서 흔들어도 별 반응이 없다면 깃털 장난감을 너무 많이 갖고 놀아.. 2008. 8. 31.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