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위한 무지개 다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에 올라 볕을 쬐고 있습니다. 고개를 쭉 빼고 목을 늘인 모습이 뭔가 기다리는 표정입니다. 앞발을 뻗으면 잡힐 듯이 코앞으로 다가온 봄을 기다리는지... 그러나 이미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고양이 등 뒤에 다가와 있습니다. 고양이의 눈을 유혹하는 노란 들꽃도, 곧 있으면 지고 말 것입니다. 혹독한 겨울과 끈적한 여름 사이, 있는둥마는둥 잠깐 머물다 사라질 뽀송뽀송한 봄기운이 아쉽기만 합니다. 길고양이는 오래간만에 만끽하는 짧은 봄볕을 둥그런 등짝 위로 오롯이 받으며, 꽃놀이 하듯 봄구경 하듯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그런 길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풀면서 가만히 보니, 고양이 발 밑에 조그만 무지개 다리가 떠 있습니다. 사진.. 2010. 5.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