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기록법 15년 묵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구석구석 뜯어보면 성한 구석이 없다. 처음엔 황금빛이었다가 이젠 구릿빛으로 변한 손잡이는 헛돌기만 할 뿐 제대로 열리지 않고, 부엌 싱크대 서랍 레일이 망가져 툭 기울거나, 거실 천장의 형광등 커버가 느닷없이 추락하는 바람에 가슴이 철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겐 이렇게 낡은 집도 그저 새로워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으로 보내는 녀석이지만, 깨어 있을 때면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소일하느라 여념이 없다. 책꽂이 위로 폴짝 뛰어올라 꼭대기에 쌓인 먼지를 털고, 방문을 열겠다고 앞발로 문짝을 긁어 생채기를 남기면서. 가끔 스밀라가 문 앞에서 벅벅 긁는 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나갈 때면, 열어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문을 열고 .. 2008.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