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 '안 예쁜 고양이'가 있을까 싶지만, 저는 유독 털 짧은 고양이들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짧은 털 아래로 느껴지는 탄탄한 근육이 좋고, 발바닥의 곰형 젤리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사랑스럽고... 찹쌀떡 같은 앞발 모양도 귀엽지요. 고양이다운 새침함과 날렵함을 겸비한 단모종 고양이들의 매력이란^^

물론 스밀라도 더할 나위 없이 예쁘지만, 언젠가는 분홍코에 분홍 젤리가 선명히 드러나는 발바닥을 가진 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자주 들르는 고양이 은신처의 밀크티도 그 중 하나인데요. 한때는 밀크티를 덥석 데려와서 편안한 집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른고양이가 되어 야생의 삶에 익숙해진 밀크티에게는 오히려 그게 속박일 듯해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쉼터이기는 하지만,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안정적인 집이 있고, 저 말고도 꾸준히 밥을 챙겨주시는 이웃들이 있고, 친구 길고양이도 많으니까요.


밀크티가 몸을 길게 뻗고 두 발로 서서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앞발을 손처럼 짚어 기대고 목을 쭉 빼니, 평소에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우월한 기럭지'가 새삼 돋보입니다. 저 찹쌀떡 같은 손을 한번 잡아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밀크티는 가까이 다가오기는 해도, 절대 손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길고양이의 경계심을 유지하는 모습도 필요하겠죠.

집에 스밀라조차도 없었을 때, 그러니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 자체를 허락받지 못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사진 속에 담아온 길고양이를 추억하며, 모니터 속 고양이를 눈으로만 어루만지곤 했었지요. 길고양이를 데려와 함께 살 수는 없어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그때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던 저에게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는 건, 일종의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길고양이 중에는 까칠하거나 겁많은 녀석이 많아서 저를 피하거나, 거들떠보지 않는 때가 더 많았지만ㅜ_ㅜ 가끔 마주치는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아프거나 고통스럽게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고, 동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같은 마음이겠죠.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들의 짧은 삶을 애틋해하는 것에 그치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도움'이란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는 한 끼 사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길고양이 사진과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매스컴에서 요괴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길고양이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길고양이의 모습을 전하는 곳도 있어야, 그들에 대한 오해도 조금은 줄어들 테니까요. 

올해에는 블로그에 공개되는 사진과 글 외에  '거문도 고양이 프로젝트'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근차근 준비해야하는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거문도 고양이의 중성화수술 의료봉사를 계획 중인 수의사 선생님들이 계셔서, 거문도 길고양이들의  인도적인 개체 수 조절에도 희망이 보입니다.

큰 변수만 없다면, 3월 말경 의료팀과 포획팀, 학술팀이 거문도를 방문해 일주일간 현지 의료봉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평일에는 직장 때문에 어렵지만, 주말에는 저도 후발대로 합류해서 현지 취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벌써 2월 중순이 되어버린 달력을 보면서, 남은 한 해 지치지 않고 길고양이 블로거로 열심히 뛸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RSS추가로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세요→
  1. 아란
    2009.02.15 16:56

    맞아요.. 저 밀크티 아이^^ 항상 사진 보면서 색깔이 정말 너무 곱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사진 부탁드릴게요~

  2. BlogIcon 또자쿨쿨
    2009.02.15 18:33

    안녕하세요.
    블로그검색 온타운 쥔장입니다~
    온타운 초창기에 제가 임의로 등록한 블로그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한 분이시네요~ ^^^;;;;;
    오픈아이디를 인증 받으시면 직접 블로그정보 관리가 가능하세요~~

    여기가 고경원님의 온타운 개인페이지입니다~
    http://www.ontown.net/personal_post.php?cate=8&uid=334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22: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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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검색하다보니 등록한 기억이 없는데 등록되어 있더라고요;;
      근데 들어가보니 마이페이지 기능이 없는 건지, 제가 못찾는 건지 좀 아리송하네요.

    • BlogIcon 또자쿨쿨
      2009.02.16 09:08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오픈아이디가 없으시면 http://www.myid.net/signup/ontown
      가입하시고 그 아이디를 알려주세요~
      인증처리토록 하겠습니다~ ^^^;;;;

  3. 미리내
    2009.02.15 21:12

    아이코~~반가운 밀크티 몸매 역시 멋진 아이군요..

  4. BlogIcon 머니야
    2009.02.15 22:17

    후발대에 참여하신다니..동참못하는제가 한심하단 생각이 드네요..ㅠㅠ...잘다녀오시구..후기 기대만땅하겠습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22: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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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제 한달 남짓 남았는데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챙겨야할 것들이 많아서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네요... 아무쪼록 이 행사가 시발점이 되어서
      거문도 길고양이와 섬에 계신 분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5. 은경
    2009.02.18 13:05

    밀크티를 데려오고 싶으셨다는 글을 보면서 저도 아깽이때부터 거의 1년간 밥을 줘온 길냥이가 있는데요.
    보다못해 데리고 왔거든요. 오늘로 5일째인데, 밤부터 새벽내내 밖에 나가고 싶어서 창문 틈에 코를 비비고 애웅애웅 울어대는걸 보면... 너무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래서..오늘 내일중으로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줄까..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집보다 위험하고 춥고 배고프지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일이 고양이를 위한 일인지..아니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응하도록 지켜보면서 이렇게 계속 집에서 보호해주는것이 좋은 일인지....보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내야하는 맘...어떻게 해야할지 쉽지않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9 2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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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넘게 보아오신 고양이라면, 어른고양이이고, 길고양이로 오래 살아온 아이네요.
      만약 함께 살 계획이시면 인간과 친해지는 법을 천천히 가르치셔야할 것 같구요,
      일단 결심하셨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쭉 함께 하셨음 좋겠고.. 만약 지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원래의 자리로 보내주는 편이, 몇달간이나마 인간에게 익숙해진 다음 다시 거리 생활을 하는 것보다
      고양이에겐 좋지 않을까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밀크티 길고양이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있습니다. 흔히 '노랑둥이'라고 불리는 황토색 줄무늬 고양이입니다. "노랑둥이는 언제나 옳다"는 고양이 계의 격언(?)처럼, 이 녀석도 성격 좋고 다정다감합니다. 밀크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곁에서 맴돌곤 하지요. 친구 이름이 밀크티니까, 편의상 오렌지티라고 제맘대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오렌지티의 털코트에 흰색 물감을 좀 타서 살살 저으면 밀크티 색깔이 날 것 같지요.

휙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그놈이 그놈 같은 고양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눈빛이나 행동,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양이들의 성격이 어떤지 느낄 수 있어요. 밀크티는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얼굴이 익게 되면 대범한 자세를 보이고, 오렌지티는 약간 어리숙한 구석이 있고 겁도 많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저를 발견했을 때도, 둘의 반응은 사뭇 달랐지요. 오렌지티는 약간 의혹에 젖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다가, 나무덤불 아래로 얼굴을 쑥 넣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밀크티는 동그란 쑥색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저를 한참 바라보았지요. 


고양이 무리에도 서열이 있지만, 이 둘은 어느 누가 강하고 약하다기보다, 그저 친구라는 느낌이 듭니다. 

오렌지티 고양이가 가만히 몸을 숙이고, 밀크티의 턱밑에 제 얼굴을 부벼옵니다. 흔히 '부비부비'라고 부르는 행동인데, 눈을 감고 서로의 체온을 음미하는 밀크티의 표정이 그윽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과 닮아가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지고, 같은 곳을 가게 되고, 같은 감탄사를 서로 공유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과 비슷한 몸짓을 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우연하게 비슷한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비슷한 기분,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쌍둥이 같은 몸짓 언어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1. BlogIcon 록샌
    2008.10.25 11:45

    고경원님, 마지막 사진 정말 한폭의 그림 같아요. 멋진 구도와 우아한 고양이의 자태, 특히 밀크티의 차분하고 미묘한 표정 때문에 한참을 사진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

    (사실 밀크티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무대뒤에서 약간 생각에 잠기듯한 표정을 짓는 원더걸스의 소희가 생각이 났어요.)

    • BlogIcon 야옹서가
      2008.10.25 1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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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크티는 정말 세상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죠^^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참...
      그나저나 소희 양은 '만두소희'에서 '야옹소희'가 되어가는 겁니까!저번에 '소희 닮은 고양이'란 사진 봤는데
      눈매가 비슷하긴 하더군요^^

  2. 푸르비
    2008.10.25 13:16

    안녕하세요..^^ㅋ 처음 들어와봤는데.. 길고양이들 모습이 참 예쁘네요//^^
    앞에 글에서 밀크티 발에 뭍어있던 빨간 국물자국이 이 사진에서는 안보이는데..
    지워진건가..??^^ 고경원님 말씀대로.. 정말 눈이 깊네요..^^ 세상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것 처럼..^^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젠 앞으로 자주 와야겠어요..ㅋㅋ
    밀크티 사진도 자주 올려주세요~~^^

    • BlogIcon 고경원
      2008.10.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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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예리하시네요 밀크티의 앞발얼룩을 기억하시다니ㅡ 사진을 같은 날 찍은 게 아니어서 그래요.하나는 구월 중순이고 하나는 구월 말쯤 찍은 거라서요. 길고양이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럽지만 그중에서도 밀크티는 유독 개성이 있어서 기억에 남네요.저도 밀크티의 삶을 쭉 기록해보려고 생각중이랍니다.

  3. =('ㅅ')=
    2008.10.25 17:44

    정말 둘다 너무너무 예뻐요.^^
    이 둘의 우정 또는 사랑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이어져 갔으면 좋겠네요.

    소희양은 다 자란 아메리칸 숏헤어 많이 닮은 것 같아요.ㅋㅋ

    • BlogIcon 고경원
      2008.10.25 20:53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아마 소희 닮은 사진으로 떠돌았던 게 야웅군 사진 아니었나 싶어요.야웅군도 한 얼굴 하던데요. 밀크티와 친구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해봅니다.

  4. BlogIcon 앙탈고양이
    2008.10.25 21:26

    진짜 둘이 저렇게 있으니 쌍둥이가 따로 없네요..
    이뻐라..^^*

    오늘도 따뜻한 사진 잘 보고 갑니다..^^*

  5. 야옹
    2008.10.25 23:14

    아 사진이 너무 포근한 느낌이예요
    고양이들도 너무 이쁘구요 ^^

  6. sujuku
    2008.10.26 03:58

    언제나 다정하게 둘이서 오래오래 잘 지냈음 좋겠네요...

  7. 나무
    2008.10.26 08:53

    오렌지랑 밀크티 둘다 너무 예쁘네요^^ 좋은 친구군요...
    좋은 사진 봐서 덕분에, 행복한 하루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8. 나비
    2008.10.28 21:17

    밀크티, 오렌지티.. 이름도 예쁘네요.. 서로 의지하며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9. 윤도현의러브레터
    2008.10.29 10:41

    넘 이쁘네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으면....ㅋㅋㅋㅋ

  10. 알맹이
    2008.11.25 18:25

    밀크티랑 오렌지티..둘이 별 탈없이 오래오래 같이 살았으면 하네요...
    밀크티 앞발에 국물자국 사진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마지막 사진볼때..눈물이 팡 터졌더랬죠 ㅎㅎㅎ
    길냥이로서의 삶을 그 사진 한장에..고스란히 모든걸 담는 거같았습니다.
    또한 언제나 이미지에 어울리는 주옥같은 글.... 너무 감사히 잘 보고있습니다.
    감기조심하시구요...소식 또 기다립니다.^^


  11. 2008.11.29 22:47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8.11.30 08: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저는 실내나 빛이 많이 없을 때는 감도를 올려 찍는데요. 보통 감도 1600 정도로 올려 찍으면 많이 흔들리지 않게 나오더군요.
      만약 보조광이 필요한 경우에는, 내장플래시를 사용하지 마시고 외장플래시(스트로보) 조금 저렴한 것을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스트로보에서 발광한 빛이 눈동자를 향해 정면으로 가지 않고, 천장이나 벽에 바운스되도록 해서 반사광으로 쓸 경우 눈에 해가 가지 않습니다. 콤팩트카메라에는 스트로보를 연결할 곳이 거의 없는데, 일반slr카메라의 경우 '핫슈'라고 해서 스트로보를 끼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12. BlogIcon Deborah
    2008.11.29 22:47

    아 넘 귀엽습니다. 아름다운 커플이네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밀레니엄타워 근처에는 밀크티 고양이가 산다. 보통은 이런 생김새면 황토색 줄무늬가 되었을 텐데, 황토색에 우유를 살짝 탄 것 같은 색깔이 되어서 밀크티 고양이. 그런 기준이라면 카페오레 고양이로 불러도 되겠지만, 어쩐지 밀크티 쪽이 좀 더 친근감이 간다. 털색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호박색 눈을 하고 있다. 뽀독뽀독 소리나게 세수를 시켜주고 싶은 얼굴 >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만 보니까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을 하고 있잖아-_- 웅크리고 앉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몸매가 늘씬늘씬. 시원하게 하품하는 고양이를 보면 입속에 손가락을 쏙 넣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직 스밀라에게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다. 콱 물진 않겠지만 어쩐지 기분 나빠할 거 같아서. 스밀라는 내가 되도 않은 장난을 치면 채머리를 흔들면서 신경질을 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밀크티 고양이는 키 작은 나무덤불 아래 숨어 경계하는 눈치더니,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다 싶었는지 안심하고 나와서 황토색 고양이와 둣둣 논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비비는 품이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귀엽다.
뒤편 수풀 속으로 스윽 지나가는 고양이는 카오스무늬 고양이 부비의 두 마리 새끼 중 하나. 소심쟁이였던 다른 형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무지개 다리를 건너지 않았을까 싶다. 살던 영역에서 고양이가 사라져 안 보인다면, 원래 무리에서 쫓겨났거나 죽은 것일 텐데, 무리에서 쫓겨났다면 다른 무리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1. BlogIcon 토끼씨
    2008.05.04 01:37

    아유~ 이뻐라
    전 길고양씨들에게 미움을 받는지 (위협적으로 생겼는지..)
    저만 보면 다들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바람에
    저런 마음 따땃해지는 광경을 못 보네요. 아쉬워요.
    밀크티 야옹씨는 정말 세련된 마스크에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08.05.04 0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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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서 막 달려가면 쟤들도 놀라서 도망가고요;; 무관심한 것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카메라를 들어서 몇 장 찍으면, 해코지는 안하겠구나 싶어서 가까이 온답니다.
      밀크티 아이 예쁘죠^^

  2. 정재훈
    2008.05.04 13:00

    평소 http://pygmalion.egloos.com/에서 사진과 글을 자주 읽고 있는 사람입니다. 글을 남기는 것은 처음이네요.. egloos쪽은 왠지 고경원님과 친숙한 분들이 주로 답글을 달것 같아서 이곳에다가 질문을 해봅니다.

    2년전쯤에 동네 길냥이 한마리와 조금 친해질 기회가 있어서 가끔 먹이도 줘가면서 1년정도 꽤 친하게 지냈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지만요) 나중엔 멀리서 저를 발견해도 지가 강아지인냥 야옹~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더군요. (배가 고팠던 건지~) 그녀석이 새끼를 낳은 이후론 제가 밥을 주면 자기가 안 먹고 지 새끼들을 데려다 먹이더라구요. 저도 새끼들을 생각해서 밥을 조금 더 주곤 그랬는데.. (새끼가 무려 7마리) 어느 날인가 부터 보이질 않더라구요. 기존 자기 영역을 새끼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았어요. 왜 그렇게 생각을 했나면 조금 떨어진 교회 근처를 거닐때 녀석이 저를 먼저 알아보고는 다가왔거든요. 반년만에 만나건데 참 반갑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거의 못보다가 이번엔 차길 건너편 블록에서 우연찮게 또 봤습니다. 그땐 어두운 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저를 먼저 알아보고는 차 밑에서 울음소릴 내더라구요. 제가 다가가니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던지.. 머릴 비벼대느라 옷이 좀 지저분해지는 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보니 좋더군요.

    그래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원래 고양이는 새끼를 낳으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나요?

    그리고 그 새끼 냥이들 말입니다만.. 그 녀석들은 당연히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가면 도망갑니다. 그런데 녀석들이 제 목소리를 아는 것 같아요. 지들 어미랑 있을때 제가 밥을 자주 줬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다가 녀석들을 보고 제가 '야옹' 이렇게 부르면 갑자기 저를 알아보고는 쫒아 옵니다. 거의 100m 이상을 쫒아오더라구요. 그런데 어미랑 달리 가깝게 다가가면 도망가더라구요. 계속 울음소리를 내면서 쫒아는 오는데 다가가면 도망치니.. 어쩌라는 것인지.. 지난번엔 그 냥이들(이미 성묘로 성장) 5마리가 한꺼번에 절 쫒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또 궁금증 하나.. 녀석들이 절 외견으로 알아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지 어미는 제 외견만 보고도 알아서 다가왔었지만 녀석들은 그냥 지나가면 절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녀석들이 새끼였을때 제가 '야옹'하는 소리로 꾀어내곤 했는데 그 소리에는 예민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원래 고양이가 소리에 더 민감한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길냥이의 습성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제가 아무리 동물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길냥이와 친해지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어미 냥이는 왠지 처음부터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물론 사람이 다가오면 도망다니는 것은 비슷하지만.. 왠지 눈빛이나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노력을 해서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이지요. 혹시 그 길냥이는 원래 사람에게서 길러지던 고양이가 아니였을까요? 냥이가 아주 새끼때 사람 손을 타면 그 이후로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주절주절 몇가지 질문을 하고 갑니다. 그리고 평소 덕분에 좋은 사진과 글을 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8.05.04 15: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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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장문의 글을 남기셨네요~ 제가 고양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관찰해온 길고양이 이야기를 토대로 답글을 남깁니다. 단, 제 경험도 지엽적인 거라서 참고만 해 주세요^^

      1) 고양이는 새끼를 낳으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나요?
      -> 고양이는 어렸을 때는 어미가 돌보지만, 자라서 먹이를 스스로 구할 수 있게 되면 독립합니다. 다 자란 새끼가 옆에서 울어도, 어미가 돌보지 않고 제 밥만 먹는 경우를 보았고요.
      밀레니엄타워 고양이나 안국동 고양이집 고양이들 중에서 아깽이 때 보았던 녀석이 근처에 종종 출몰하는데 반해, 어미는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역을 양보하고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끼들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네요.

      2) 고양이가 소리로 밥 주는 사람을 알아보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는 소리에 무척 민감합니다. 특히 맛있는 것을 줄 때 인간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제가 스밀라에게 간식을 줄 때 그릇 테두리를 숟가락으로 탕탕 쳐서 소리를 낸 다음에 주는데요. 나중엔 간식을 안 줘도 그릇 소리를 내면 스밀라가 종종거리며 따라옵니다. 그릇을 치면 간식을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아마 길고양이들도 정재훈 님의 ‘야옹’ 소리와 밥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근데 100m 이상 쫓아오다니, 근성 있는 녀석들이네요^^

      3) 사람을 자주 따르는 길고양이는 사람이 기르던 녀석일까요?
      어렸을 때 사람과 함께 살던 고양이라면, 아무래도 사람에게 친숙함을 느끼겠죠? 그런데 원래부터 길에서 태어난 녀석들도, 주기적으로 밥 주는 사람은 따른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길고양이라면, 학대를 당했던 고양이들보다는 덜 경계하죠. 길고양이도 눈치가 빨라서 자기에게 해코지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을 따릅니다. 저도 다니다 보면 처음 본 녀석들인데도 길고양이들이 잘 따르는 편입니다.

  3. 정재훈
    2008.05.04 19:30

    그렇군요. 그 어미 고양이는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제가 원래 고양이나 강아지들에겐 조금 친숙하게 대하는 편인데 그 길냥이는 어딘지 모르게 호기심을 보여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밥을 줬던건 아니였는데도 잘 따라서 신기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 상식으로는 원래 고양이들의 기억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 녀석은 이상하게도 절 오래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거 같아요. 새끼들 때문에 영역을 이동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찻길까지 넘어가다니.. 지금은 자주 못봐서 많이 아쉽네요.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8.05.05 2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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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부족하지만 궁금증이 풀렸다면 좋겠네요~ 고양이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어떤 육감을 갖고 있어서, 그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간혹 멀리 떨어진 반려인의 집까지 찾아오는 고양이 이야기도 들리곤 하니까요.

  4. BlogIcon cean
    2008.05.06 22:15

    오! 밀크티 고양이는 처음 보네요.
    노란둥이와는 또 다르게 색깔이 특이하네요?
    아주 예쁘네요. 자주 보여주세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08.05.06 22: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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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작가 댁에 입양된 방울이도 밀크티 고양이더군요. 어미나 아비 중에 털이 흐릿하게 나오는 유전자가 있나봐요. 밀크티 고양이의 또래 형제 중에서 모양은 딱 턱시도인데 연회색 고양이가 있었어요.

  5. BlogIcon 딸기뿡이
    2008.05.30 18:41

    밀크티를 검색하는데, 밀크티 고양이가 뭘까 하며 들어왔더니.. 어쩜 색이 정말 그렇네요? 귀여워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08.05.31 08: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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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밀크티 검색어로 여기까지 들어오셨으면 어쩐지 낚인 듯한 기분일 듯...
      하지만 밀크티 고양이와 만났으니 행운이죠? 가끔 보면 저런 색깔의 고양이가 있더라고요.
      달콤한 색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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