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길고양이 사진 선물, 뭉클해 감기로 며칠째 집에서 골골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십니다. 점심 약속이 있는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요.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오토 모드에 맞춰서 전해드리곤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어머니가 카메라를 건네며 “오늘 길고양이 찍었다”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그러고는, 잘 찍혔는지 궁금하다며 얼른 열어보라고 재촉하시네요. 메모리를 확인해 보니, 근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얻어먹으며 사는 듯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두마니 웅크린 채로 등만 보이며 돌아앉아 있습니다. 얼굴이 궁금한데, 길고양이가 도망가는 바람에 얼굴까지는 찍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밑에 길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도 있네요. 점심 약속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나간 어머니가 길고양이 좋아하는 딸 보여주려고, 쭈그리고 앉아 .. 2010. 11. 1. [폴라로이드 고양이] 004. 등받이 길고양이 두 마리가 햇빛 아래 몸을 옹송그리고 잠을 청합니다. 은신처에 숨어 편히 누워서 자면 될 텐데, 마침 따끈하게 데워진 돌방석 위를 떠나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엉덩이는 엉거주춤 붙이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어디에든 머리를 좀 기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웅...졸리긴 한데... 그냥 자긴 불안하고...."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얼른 코 자" "정말? 그럼 너만 믿고 잔다." "..."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둘 다 곤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서로 기대니 편안했나 봅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을 때 오래 앉아 얘기할 일이 생기면, 등받이 의자가 있는 곳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살피게 됩니다. 척추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로, 등을 기대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뻑뻑해지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습.. 2010. 6.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