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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내게 용기를 주는 '길고양이의 도약'

by 야옹서가 2009. 3. 27.

불화의 시왕도(十王圖)에 나오는 10가지 지옥 중에서

‘협산지옥’이란 곳이 있습니다. 두 개의 산 사이에 사람을 놓고,

두 산을 밧줄로 잡아당겨 점점 간격을 좁혀가면서

가운데 낀 사람을 짓눌러 압사당하는 고통을 주는 지옥입니다.


저도 가끔 협산지옥에 마음이 눌린 것처럼 묵직한 중압감에

마음이 짓눌릴 때가 있습니다. 짓눌린 마음이 터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압박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날은,

숨 쉬는 매순간이 지옥입니다. 마음의 지옥에 갇힐 때마다 저는 

나무 타는 길고양이를 생각합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곳은 지상의 땅 중에서도 가장 낮고 으슥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양이들도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뒷발로 서서 앞발을 나무에 딛고 하늘을 바라보면,

‘준비 끝’이라는 신호입니다. 눈대중으로 올라갈 곳의 높이를 가늠하고, 앞발에 있는 힘껏 기합을 넣어

나무껍질을 붙잡으면, 순식간에 몇 미터 위로 몸을 옮겨가 있습니다.

특별히 위로 올라가야 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만의 놀이를 위해 뛰어오르는 겁니다.


고양이가 순식간에 나무 위로 뛰어오를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도 가슴에 맺힌 것이 탁 터지는 듯합니다.

아마 고양이도 저 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숱하게 시행착오를 거듭했겠죠. 수평적 세계에서만 머물던 고양이가

수직의 세계로 처음 진출할 때 느끼는 짜릿함처럼, 저도 마음의 지옥을 훌훌 털고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야겠습니다.


"흥, 이걸로 끝난 게 아니야. 나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할 거라고!"

길고양이는 금방 끝나버린 도전이 시시한지, 더 크고 높은 나무를 찾아 수련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뭘 해도 어설퍼 보이는 저 노랑둥이 친구녀석은 어쩌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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