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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국립중앙박물관의 '쥐잡는 고양이' 귀엽네

by 야옹서가 2009. 3. 29.
뾰족한 삼각지붕 위에 올라선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쭉 빼고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아까부터 은근슬쩍 신경을 거스르는 쥐 두 마리가 자꾸 눈에 밟혀서입니다. 저놈들을 어떻게 해야 한방에 잡을 수 있을까를 놓고 심사숙고하는 듯합니다. 

고양이는 오래 전부터 사람 곁에 머물며 쥐를 잡아주는 '가축'이었습니다. 농경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쥐는 재산을 좀먹는  괘씸한 유해동물이었을 것이고, 고양이는 그 유해동물을 잡아주는 소중한 파수꾼이었습니다.

그런데 땅과 사람이 점점 멀어지면서, 땅에 살던 쥐가 사람이 사는 시멘트 집으로 들어올 일이 없어지자, 농가마다 없어서는 안될 동물로 사랑받던 고양이의 역할도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최소한 고양이를 '쥐 잡는 도구'로만 생각해온 사람에게는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개념의 '동물 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의 삼국시대 유물실에 소장된 이 유물은 먼 옛날 고양이들의 좋았던 한때를 돌이켜보게 합니다. 통통하고 짧은 꼬리를 치켜든 고양이가 고개를 쭉 빼고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빚어낸 모습을 보면, 오래 전 가야국의 어떤 공예가가 손으로 조물조물 빚어 마지막으로 지붕 위에 올려놓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을 모습이 상상되어, 제 입가에도 웃음이 맴돕니다.
토기의 색깔이 짙어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재현 작품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하얀 것은 쥐입니다. 근데 좀 크죠^^;


원 작품과 재현 작품을 이렇게 나란히 놓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워낙 방대해 짧은 시간에 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도 소장 유물을 후루룩 훑어보고 나오기 일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중고등학생 때 숙제하러 가서 열심히 유물 설명을 베끼고 돌아와서는 감상문을 쓰던 기억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박물관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테마를 찾아 구경하다보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박물관 속에서도 숨은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가야시대의 유물 속에서 쥐 잡는 고양이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죠.

이 작품의 원 제목은 '집모양 토기'로 되어 있어서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스쳐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유물 설명에도 블로그처럼 태그를 붙여주면 좋겠네요. 아래 저도 태그를 한번 붙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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