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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물을 찾아 헤매는 어린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3. 9.
어린 길고양이가 산더미처럼 쌓인 계란판 앞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어디론가 배달될 듯, 혹은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쓰려고 막 주문해놓은 듯, 꽤 많은 양의 계란입니다. 배고픈 고양이가 싱싱한 계란 냄새를 맡고 

찾아온 것일까, 혹시 계란을 노리려나...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발톱만은 제법 날카로우니 계란 하나 구멍내어 쪽쪽 빨아먹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잖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린 길고양이는 눈앞의 '신선한 먹을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린 길고양이가 이곳까지 온 목적은, 갈증을 해소해 줄 한 방울의 물뿐이었습니다. 
   


몹시 목이 마른 듯, 고작 한 줌도 안될 고인 물을 허겁지겁 핥아먹습니다. 
 
 
길고양이로 살면서 겨울 내내 먹기 힘든 것은 밥보다도 깨끗한 물인지라, 더욱 반가운 것입니다.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나자, 그제야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였는지 으슥한 곳을 찾아 자리를 피합니다.

아직 어린 고양이 티를 벗지 못한 짧고 통통한 다리를 힘껏 놀리며, 어딘가를 향해 종종걸음을 칩니다.

살아서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죄인 아닌 죄인처럼 눈치를 보며 숨고 달아나는 삶,

어린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일의 팍팍함을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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