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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의 '복층 원룸' 천막집 초대

by 야옹서가 2010. 3. 11.
겨우내 바람막이가 되어준 천막집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망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자

천막집 안으로 슬그머니 몸을 옮깁니다.

멀리 도망가지는 않고 살짝 고개를 내밀어 오랫동안 주시하는 모습이, 꼭 자기를 따라 오라고

초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이나 비 내리는 날 고양이들이 어떻게 겨울을 날까 궁금했던 차여서 

큰 친분은 없는 사이지만, 염치불구하고 고양이를 따라가 봅니다.

"우리 집을 최초로 공개하겠다옹~ 근데 빈손으로 오면 서운하다옹!"  눈빛이 고양이의 마음을 대변해줍니다.

며칠 사이 부쩍 추워진 날씨에 그만 감기에 걸렸는지, 콧물을 계속 흘리고 있어서 안쓰럽네요.

천막집 안으로 고개를 쑥 집어넣으니, 햇빛이 천막을 통과해서 신비한 푸른 빛으로 가득합니다.

겉보기보다 실내는 꽤 운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니 고양이에게는 한뎃잠을 자는 것보다

이 천막집이 얼마나 고마운 공간인지 모릅니다.


허름해 보여도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느냐는 눈빛입니다. 낡았지만 스티로폼 조각까지 있는지라

겨울나기 장소로는 제격입니다.


"이래뵈도 복층 원룸이라옹~"

2층 다락방으로 가뿐히 뛰어올라 얼굴을 쏙 내민 고양이의 다부진 입가에 은근한 자부심이 넘칩니다.

비록 대문은 늘 열려 있고 뒷문도 뻥 뚫려 있지만, 길고양이에게는 행복한 보금자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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