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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등산의 달인, 산고양이를 만나다

by 야옹서가 2010. 3. 12.
호랑이도, 표범도 오래 전에 다 사라진 뒷산에는, 산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밀려나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이 산으로 산으로 떠밀리듯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낮에는 바위로 올라가 햇빛을 쬐다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나절이면 민가로 어슬렁어슬렁 걸어내려와 먹을 것을 구합니다.



꽃샘추위가 가시고 봄날씨를 되찾은 오후, 고양이를 만나러 마을 근처 뒷산으로 향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고양이가 바위 위에 식빵을 굽고 앉아 있습니다.


나도 그 햇빛 좀 같이 받아보자는 듯, 친구 고양이가 느린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편안한 자세로 널브러져 있던

노랑 고양이는 일어나 자세를 가다듬고 친구를 맞이합니다. 친구 사이에도 예의는 필요한 법이니까요.



햇빛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식빵 두 덩이가 사이좋게 바위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바위산과 비슷한 빛깔의

고양이 털옷은 천연 보호색이 되어, 적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산은 아찔하게 높지만 고양이에게는 즐거운 놀이터입니다. 여기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높은 캣타워일 테니까요.

등산장비 하나 없어도, 발톱에 힘을 주고 에잇에잇 기합을 넣어가며 바위산을 오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고양이는 저렇게 마을을 굽어다보며 수호자 노릇을 자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그마한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호랑이처럼 위풍당당한 노랑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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