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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콧잔등이 홀랑 벗겨진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3. 14.
길고양이를 만나러 돌아다니다보면,

콧잔등이 벗겨진 녀석과 마주치곤 합니다.

눈 온 다음날 만난
이 녀석도 그랬습니다. 콧잔등에 점 두 개가

마치 딱지처럼 보이는 데다가, 콧잔등까지 털이 벗겨져서


인상은 좀 사납게 보입니다만,

길고양이에게 콧잔등이 벗겨지는 일은 흔한 것입니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고 흰 안광만 번쩍번쩍 빛나 보이는 것은 발아래 녹지 않은 눈이 반사되어서 그렇습니다.

위로 한껏 올려다보고 있어서 잘 안 보일 뿐이지, 동공은 저를 향해 있습니다. 콧잔등이 벗겨지는 건

그리 깨끗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에 코를 파묻고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일상생활 탓에 오염물질과

접촉이 잦아 
피부병에 노출될 우려도 있고, 차가운 눈밭에 코를 대고 먹이를 구하는 탓도 있는 듯합니다.   


고양이가 쉬는 자리는 쉽게 사람이 다가가지 못하는 담벼락, 고작해야 폭이 20cm쯤 될까 싶은 장소입니다.

그것도 눈이 쌓인 자리를 피해 앉은 것이라서, 고양이가 실제로 차지한 자리는 10cm가 넘을락말락 합니다.

올라앉은 담벼락의 전체 모습을 찍어보니 꽤 아찔한 높이인데도, 어지럼증 하나 없이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처음 저와 마주쳤을 때 흘겨보듯 저를 올려다보던 길고양이의 눈이 조금 편해진 게 보이죠?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을 만한 인간으로 평가를 내리고 안심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가 있는 자리는 제가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떴다 감았다 하며 열심히 눈빛 인사를 날렸더니, 길고양이도 마지막엔 눈빛 인사로 화답해 줍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뭔가 마음이 서로 통한 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이 돌아오면 말라붙은 들판에도

파릇파릇한 새싹이 솟아오르듯, 길고양이 콧잔등 위로도 뽀송뽀송한 새 털이 촘촘히 솟아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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