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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둥글넙적한 길고양이 얼굴, 볼수록 매력

by 야옹서가 2010. 5. 28.
 
조금은 험상궂은 외모에, 두툼한 살집까지 두목의 포스를 풍기는 길고양이. 저는 두목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 지역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살며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고양이에게는 어울리는 별명이라 생각해요.


보통 고양이는 얼굴이 역삼각형을 기본으로 양 볼에 살이 붙은 모습이지만, 두목냥은 고양이과 동물의 얼굴 윤곽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둥글둥글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제게 눈을 살짝 찌푸려주며 "얼른 가라!" 하고 엄포를 놓지만

제 눈에는 귀엽기만 한데요. 그래도 저보다 더 어른(고양이 나이를 환산하면 장년층으로 추정)이니 마냥 귀여워할

수만도 없겠네요. 아저씨의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두목냥의 둥그런 얼굴은 정면에서 보았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답니다. 완전히 동그란 모습이면 앳된 느낌이 들지만,

아래위로 슬쩍 짜부러진 타원형, 그것도 아랫쪽이 약간 둥실하게 두툼한 모습이라, 볼살이 묵직하게 늘어진 아저씨

인상입니다.


은신처에 숨어 한쪽 눈만 빛내는 고양이. 인간세계에서는 고양이형으로 보이도록 턱과 볼을
 깎는 게 유행이지만,

고양이는 제 
얼굴이 둥그렇든 네모나게 보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그렇게 살아갈 뿐.

그 둥그스름한 얼굴 때문에 더욱 두목냥을 특별히 기억할 수 있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그 얼굴은,

길고양이가 이 동네에서 여러 고난을 견디며 오래 살아남았음을 보여주는 연륜이 느껴지는 증거이기에,

더욱
마음이 간답니다. 언뜻 보기엔 험상궂어 보이지만, 볼수록 매력있는 얼굴이지요.


두목냥도 저의 반가운 마음을 아는 걸까요? 더 이상 사진을 찍기 힘든 수풀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지만,

은은한 미소로 저를 배웅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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