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 조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손꼽히는 우드랜드 공원묘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너무 넓어 길잡이가 없으면 다 보지 못할 정도의 규모이지만, 길안내를 해주는 묘지기가 있었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라며 성큼성큼 걷는 고양이를 따라 공원묘지를 돌아봅니다.
'십자가의 숲'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우드랜드 공원묘지는, 스웨덴의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가 장제장 설계를 맡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묘지의 인상을 한층 강렬하게 하는 것은 시구르드 레베렌츠가 맡은 조경입니다. 우뚝 선 거대한 십자가만이 이곳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거대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여느 삼림욕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자연 한가운데 자리잡은 묘지 곳곳은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십자가에서 머지 않은 곳에 물가가 있어 따가운 햇살 아래 잠시 손을 담글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동물들의 쉼터이자, 먼저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묘지에서 저도 잠시 쉬어갑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새 한 마리가 거닐고 있습니다. 눈앞의 새를 잡고 싶어서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군요. 눈이 마주쳤지만, 달아나지 않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를 향해 걸어옵니다. 어쩌면 길고양이가 아니라 근처에 집이 있는 산책고양이거나 유기묘인 듯 싶습니다. 꽤 붙임성이 있었거든요.
고양이는 마치 공원묘지가 제 집인양 한가로이 쉬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심심하면 앞발 접고 발라당 드러누워 애교를 부려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공원묘지의 이모저모를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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