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에서 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란 공원묘지가 아닐까 합니다.
도쿄의 야나카 레이엔에서 밥주는 할아버지를 만났듯, 파리의 반려견 묘지에서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녹지로 둘러싸인 묘지는 고양이를 부르고, 그 고양이들이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입니다. 밥 주는 할아버지의 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잰걸음으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릅니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면 먹을 것이 생긴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고양이가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을 골라 밥그릇을 놓아줍니다.
할아버지의 커다란 가방엔 고양이 사료포대가 가득입니다.
"음~ 맛있는 냄새..."
할아버지를 따라온 고양이는 얼른 밥그릇 앞에 다가갑니다. 건사료보다 더 비싼 캔사료입니다.
캔사료 옆에는 식성이 다른 고양이를 위해, 따로 건사료 밥그릇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럼 한번 먹어볼까~앙!"
입을 크게 벌려 우적우적 먹어봅니다.
얼룩고양이 등 뒤로 이미 2번 타자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야, 빨리 먹고 내 것도 좀 남겨줘. 나도 배고파!"
얼룩무늬 고양이의 엉덩이를 향해 텔레파시를 쏘는 길고양이 눈빛에서 불이 날 것 같습니다.
얼룩무늬 고양이가 배를 채우고 뛰어내리는 뒷자리엔, 아직 사료가 많이 남았습니다.
그걸 본 젖소무늬 고양이의 얼굴에도 안도하는 웃음이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고양이를 버리는 손길이 있는가 하면, 돌보는 손길도 있습니다. 그렇게 두 손길이
공존하기에, 이 세상은 어쨌든 삐걱삐걱하나마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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