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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지붕 위로 쫓겨난 길고양이, 짝짝이

by 야옹서가 2011. 1. 27.

턱 밑에서부터 목 언저리까지 난 하얀 앞가슴털이 귀여운 짝짝이가 지붕 밑 은신처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1월도 다 지나간 요즘이건만, 철 지난 단풍잎은 아직도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아직 이 세상에 무슨 미련이 남은 것인지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잎이 고양이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아주면 좋으련만, 단풍잎도 제 목숨 챙기기에만
 
급급합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발아래 세상으로 툭 떨어져, 그만 빛을 잃고 말 테니까요. 


고양이 얼굴을 가리는 단풍잎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자니, 인기척을 느낀

짝짝이가 화들짝 놀라 몸을 숨깁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조심성이 많은 짝짝이는 

인기척에 놀라 숨지만, 곧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며 머리를 쏙 내밀 것을 압니다.

앞발에는 하얀 발목양말, 뒷발에는 긴 양말을 신어서 '짝짝이'라 이름 지어준 녀석이건만 

지붕에서 내려올 줄 모르니, 귀여운 짝짝이 양말을 잘 간수하고 있는지, 그새

세월의 때가 묻었는지 제 눈으로는 살펴볼 수 없습니다.
괜히 쌓인 눈을 앞발로 툭툭 쳐서 떨어뜨리면서 자기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냥 가지 말고, 자기에게도 뭔가를
좀 달라는 것입니다.

짝짝이라면 여간해서는 저를 향해 고함을 지르지 않던 녀석인데,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고함소리가 커졌습니다. 먹이를 조르는 아기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입을 크게 벌리며

짹짹 울어대듯이, 지붕 위로 올라간 고양이들도 자기 존재를 큰 소리로 알려서 뭐라도 먹을 것

타 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두려움도 이기게 만드는, 생존을 위한 적응법입니다.

시 아래를 관망하던 짝짝이는 다시 고함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래 지붕 위는 힘이 약한 소심이 가족 3마리가 살고 있던 곳이라서, 짝짝이가 왜 지붕 위에서

머물러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납지 못하고 유순한 성격 탓에 지붕 위로 밀려난 것일 수도 있고,

잠시 마실 간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짝짝이가 지붕 위에 있던 것을 본 게

올 겨울만도 몇 차례 되니, 원래 있던 영역에서 밀려난 것인 듯하기도 합니다.

기운없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우는 모습을 보니 길고양이에게도

세력 다툼은 참 피곤한 일이로구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벌 싸움만큼이나

치열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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