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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고동이의 두 번째 겨울

by 야옹서가 2010. 12. 22.
작년 겨울 청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얼룩고양이, 고동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고동이보다 좀 더 어리고 미묘였던 억울냥이 맞이하지 못한 두 번째 겨울을, 고동이는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고동이와 함께 살며시 코 인사를 건네던 억울냥은

사진 속 수줍은 모습으로만 추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과 불안한 예감이 오가다가, 그 시간이 길어지면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길고양이와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이 늘 그렇게 기약없이 시작되었다가 끝나는 것이지만,

매번 겪는 일인데도, 마음은 아직 이별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의 삶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슬픔은 마음에 묻어두고 다시 그들이 살아갈 시간을 기록하게 됩니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던 겨울을 견뎌 낸 고동이는 이제 당당한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으로,

한때 자신이 올려다보던 어른들을 동료로 맞아들여 함께 살아가겠지요.  가끔은 버릇없이

노랑아줌마에게 앞발질을 하곤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나 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어른이 되어버렸을 때, 마음은 아직 아이인 것만 같은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른의 책임을 요구하기만 해서 울고 싶을 때, 마음 의지할 곳 있다는 건
 
든든한 일입니다. 노랑아줌마는 고동이에게 그런 고양이가 되어줄 수 있겠지요.

비록 이제 몸집은 고동이가 더 커졌지만 말입니다.  단풍잎 깔린 바닥에 소복이 눈이 쌓이고

그 눈이 녹아 다시 파릇한 새싹 날 때까지 고동이가 건강하기를, 무사히 두 번째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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