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아줌마 혼자서 단풍 깔린 길을 걸어봅니다. 호젓하게 걷는다고 좋아하기엔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겨울이라 그런지, 노랑아줌마의 눈길도 자꾸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뒤쪽을 향합니다. 이럴 때는 함께 낙엽 바삭거리며 걸어주고
수다도 떨어줄 이웃이 제격이니까요.
헛헛한 노랑아줌마의 마음을 눈치챘다다는 듯, 카오스 대장냥이 슬며서 다가섭니다.
여름에 볼 때와는 달리 카오스 대장과 노랑아줌마의 얼굴에도 살집이 도톰하게 생겼습니다.
겨울 날 차비를 몸이 먼저 하는 것이겠지요.
"이 아줌마가, 쑥쓰럽게 얼굴은 왜 이렇게 가까이 들이밀고 그래."
"아유, 우리 사이에 내외할 거 있수. 말을 트려면 냄새는 맡아야지."
둘이 다정하게 얼굴을 갖다댑니다. 둘 다 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젓한 단풍길에 로맨스가 끼어들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고양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끈끈한 동지애가 있기에, 이제 빛 바랠 일만 남은 단풍길도
더 이상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혼자 길을 걸을 때 뒤에서 우다다 달려와
냄새 맡아줄 이웃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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