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고양이로 사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가 한밤중에 만났습니다. 집고양이는

"너 황소? 나 최영의야!" 하고 대사를 치는 송강호의 기세로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집고양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도망은 가지 않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꼬리가 너구리 꼬리처럼

두껍고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그 사이에 집고양이는 어느새 코앞까지 뚜벅뚜벅

다가와 있습니다. 혹시 싸움이라도 한 판 벌이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런데 집고양이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귀를 납작하게 내리고

눈매를 반달눈으로 뜨고는, 뭔가 설득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린 길고양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나를 따라오면 맛있는 밥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영역 다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뭔가를 자랑도 하고 싶고, 나누기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어쩐지 묘하게 설득력 있는 표정에 넘어간 길고양이는 쭐레쭐레 

집고양이의 뒤를 따릅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가 혼이나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기로 따라가면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낯선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호감만 있다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어쩌면 남에게 빼앗길 

영역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기에, 집고양이는 길고양이에게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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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초록누리
    2010.12.08 09:25

    사는 환경은 달라도 역시 같은 고양이들이라 쉽게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더 신빙성있는 추측은 서로 한눈에 뿅 반해서리...ㅎㅎㅎㅎㅎㅎ

  3. 비비안과함께
    2010.12.08 09:28

    어, 정말 뒤를 따라가네요^^노랑이가 집고양이네 집에 가서 한끼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 즐겁게 놀다 왔으면 좋겠네요. 정말 신기합니다~하악질이 아니라 뭔가 대화가 통한 듯한 저 모습,,,

  4. 마징가누나태권브이어메
    2010.12.08 09:46

    하하하
    왠지 도를 아십니까 표정이였는데..

    해석하기 나름이군요..캬캬캬캬캬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8 1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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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 기를 아십니까~ 하는 분들은 참 거리에서 많이 만났죠. 이제는 그냥 상대를 안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슥 지나가지만...

  5. 미첼
    2010.12.08 10:03

    고양이가 영역동물이긴하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희집에 상주하는 똥냥이들이 사료냄새를 맡고 오는 낯선 아이들에게 하악질할때면 싸우지말라고 혼내놓지만 이런 저의 속상함이 무색하게 어느새 친해져있는 가벼운 녀석들ㅎㅎ 힘겨운 길냥이로써의 삶에 기댈수있는 서로가되었으면좋겠어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8 1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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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력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면 몇 마리들끼리 뭉쳐서 잘 지내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종종 그런 모습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6. 새벽이언니
    2010.12.08 10:03

    아항
    저표정은 그리 나쁜 표정이 아닌거군요?
    전 새벽이놈이 일단 반달눈 뜨면 눈 깔아라~ 막 이랬는데 ㅎㅎ
    노란둥이가 맛난거를 얻어먹었으면
    진심 바랍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8 13: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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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눈의 기준이 여러가지입니다만 기분좋을 때 그윽하게 뜨는 반달눈이 있고
      나쁠 때의 반달눈이 있지요^^ 아마 전자가 아니었을까..싶네요.

  7. BlogIcon 언알파
    2010.12.08 10:21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살포시 풀고서 따라가는 모습이 어째 사랑스러운데요 ㅎㅎ

  8. BlogIcon MAR
    2010.12.08 11:18 신고

    아~ 맞아요. 우리집 근처에 영역을 둔 얼룩부인도 착해서 뭔가 배고프고 굶주린듯하면 자기 영역에 들여보내서 먹게해주더라고요.
    감동의 물결이 둥실 둥실~

  9. BlogIcon carol
    2010.12.08 11:18

    혹시 둘이 첫눈에 반한건 아닌가요?
    보기가 좋네요
    둘사이를 계속 관찰 해보고 싶네요

  10. BlogIcon 소춘풍
    2010.12.08 11:51

    "일딴, 따라와" ..어떤 거래의 현장일지도 모릅니다. ^^;;

  11. BlogIcon Desert Rose
    2010.12.08 12:08

    정말 따뜻한 녀석이군요!!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려고 데리고 가다니..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후의 훈훈한 마무리 좋습니다!

  12. BlogIcon 짱똘이찌니
    2010.12.08 13:00

    고양이의 표정이 묘~~~~ 한데요. ^^
    노랑고양이는 뻘쭘곰님 블로그에서 자주 봐서~~
    내복이라고~
    낯설지 않네요.
    저 얼룩이 고양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고!!
    둘 다 쓰다듬고 갸릉갸릉 소리나 좀 들어 봤음 좋겠습니다. ^^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8 1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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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노랑둥이가 원래 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죠. 저도 처음 고양이를 생각할 때
      흰 앞발에 분홍코가 있는 노랑둥이를 들이고 싶었답니다.

  13. BlogIcon 짱똘이찌니
    2010.12.08 13:01

    반려동물 랭킹1위 였는데.. 5위로 넘어가셨네요.
    몇 일 쉬어서 그런가봐요.
    구독하는 블로그가 많으면 글 보기 힘들긴 하지만~
    냐옹이들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저 길냥이들 좋아해요.

  14. BlogIcon 소박한 독서가
    2010.12.08 13:05

    사람도 저러면 좋을텐데요...^^

  15. BlogIcon 느린
    2010.12.08 13:05

    냥이 세계의 신비한 이야기들을 접하다보면
    그 매력에 빠져나올수 없다죠
    저도 고양이를 직접키우기 전까지는 잘못랐었어요
    참 멋지고 멋진 생물이지 않겠습니까?

  16. 유리동울원
    2010.12.08 15:12

    ㅎㅎㅎㅎ 귀엽네요. ^^

  17. BlogIcon Shain
    2010.12.08 15:19 신고

    하하하.. 요즘엔 집고양이가 어린 길고양이에게 전도(?)를 하기도 하고
    아니아니.. 길고양이니까 교화(?)인가요 후후..
    그것도 아니면 유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묘한 분위기의 끌림이네요 ...어딜간걸까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9 08: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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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분들이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데,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셔서
      재미있네요. 전도나 교화로 보일 수도 있군요^^
      마지막 노란 고양이의 쫄쫄 따라가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18. 소풍나온 냥
    2010.12.08 15:35

    우와~~ 왠지 멋있는것 같아요~

  19. BlogIcon 감성PD
    2010.12.08 16:03

    이제 날씨가 추우니...길냥이를 잠시 따뜻한 곳으로 데리고 간 것일까요 ㅎㅎ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9 08: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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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으면 좋겠네요. 근데 저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 다음날 웬 낯선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진 않을지^^ 이미 다섯 마리를 키우고 계시거든요.

  20. BlogIcon misszorro
    2010.12.08 18:38 신고

    오옷
    둘이 친구 맺었군요!! 왠지 즐거운 사진입니다 헤~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9 08: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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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둥이는 나이가 어리지만 그래도 어른이 좋은 데 소개시켜준다니까
      믿고 따라간 것 같네요. 고양이는 금방 크니까..나이 차는 나도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21. BlogIcon 권양
    2010.12.08 19:07

    마치 집고양이가 "너 저녁은 먹었니? 나 따라와 맛난 저녁밥 줄께.."하니 길고양이가 "저..정말여?"하고 따라가는것 같은
    모습입니다^^뭐랄까 참 푸근~하게 느껴져요^^아긍~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9 08: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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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만화를 그리는 분이라 대사까지 즉석에서 만들어주시는데 딱 들어맞네요.
      제가 아마 고양이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그랬을 거 같아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